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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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넘어오기 시작한 지금 중국은 새로운 강대국이 되었고, 호전적이던 제국주의 일본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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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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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모른체하고 있는 나라, 기록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실효권 아래 있는 독도를 언젠가부터 갑자기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일본은 친근하면서도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드는 나라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지만 실제로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반응은 애증 섞인 가까운 관계의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친구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던 내 모습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로 한 나라에 오래 산 외국인이 현지인 보다 그 나라를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경우가 있다.



저자 R. 태가트 머피는 미국인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40년이 넘는 세월을 일본에서 보냈다. 책에는 그가 평생 일본에 살며 일본에 대해 보고 배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나라와 교토의 성립부터 시작해 전국시대의 혼란, 에도 시대를 거쳐오며 이룬 눈부신 문화유산.



이후 오랜 쇄국의 시기를 보내고 각성하듯 깨어나 서양 세력들과 발걸음을 나란히 하게 된 메이지 유신, 전 세계에 그들의 광기를 똑똑히 각인시켜 주었던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과 함께 모든 걸 잃고 다시 일어나 부활하듯 전후의 경제 기적과 더불어 그 안에서 탄생한 샐러리맨 문화까지.



또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여 명성을 누리다 1980년대에 이르러 그 정점을 찍은 버블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최근의 아베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정치와 문화를 넘나들며 일본 사회에 대한 다방면의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메이지 유신 이후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려던 짧은 시기의 압축적인 노력이 어떻게 현재까지 영향을 미쳐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바꾸어 놓았고, 어떻게 여전히 일본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굴레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지 유신이 천황 제도와 의회제도라는 두 가지 허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서 유신의 주역들이 과두 정치를 펼쳤다는 지적, 그들이 나이가 들어 죽이면서 남긴 커다란 권력 공백의 공백으로 인해 최종 책임이 없는 관료에게 휘둘리는 현재의 일본 정치의 구조가 탄생한 배경까지.



일본의 조직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최종 책임의 소재가 없는 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토록 분노하던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도 연결되어 신사참배를 하는 아베의 모습이 겹쳐졌고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왜 그런 행보를 보이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36년에 걸친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이후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우리의 경제 성장의 동력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들여온 덕에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곧 40년이 될 저성장 문제, 언론의 독립성, 사법 개혁,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숙제로 남아있다.



이렇듯 수십 년간 열심히 일본을 따라가던 한국은 독자적인 발전 궤적을 보이는 면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일본의 과거를 들여다봄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과 닮아 있는지 그렇기에 어떻게 그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패권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넘어오기 시작한 지금 중국은 새로운 강대국이 되었고, 호전적이던 제국주의 일본의 시대는 끝났다. 이웃한 나라들이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건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야를 넓혀준 든든한 참고서, 다시 펼쳐보고 싶은 멋진 벽돌 책 <일본의 굴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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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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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발자취로 인해 휘청하는 주변국들은 불안하기만 한데 안타깝게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자본 간 경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몇 년간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하게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어찌 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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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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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양대 진영의 대립으로 세계는 냉전시대를 보냈다. 우리의 아픈 역사인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으로 냉전은 극에 달했고 이후 또 다른 대립관계와 더불어 새로이 성장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국제 정세는 점점 다극화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다 1990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대 독일 화해 조약을 조인하며 독일의 통일을 인정하고, 몇 달 뒤 소련의 독립국가연합이 창설되면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임하면서 소련은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이로써 동·서 냉전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급부상한 나라가 있었으니 그곳은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었다. 냉전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여전히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중국과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미국과 중국은 신조어 차이메리카로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 관계에는 균열이 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간 그 갈등은 심각해져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오래도록 이 두 나라의 영향을 받고 있어 고래 싸움에 낀 새우 격인 우리나라도 어느 한곳을 지지할 수 없어 갈팡질팡하는 하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분석과 해결책이 등장하는 와중에 중국 정치 경제 분야의 전문가인 훙호펑 교수는 기존의 견해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안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상황의 원인은 기존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있지 않다고 한다. 이는 명확히 자본 간 경쟁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지정학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책에서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의 세 주요 분기점에 따라 두 나라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분석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과 중국 기업들 사이의 변화가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 변화의 밑바탕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논증을 하고 있었다.



클린턴 정권시절 미국이 인권 문제를 무역에 연계시키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을 대리 로비스트로 활용하는 이야기,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그동안의 과잉 축적의 위기를 맞은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압박해 수익성을 회복하려는 시도까지.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발자취로 인해 휘청하는 주변국들은 불안하기만 한데 안타깝게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자본 간 경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앞으로도 몇 년간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하게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비록 점점 더 군사화되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려고 하기에 WHO. WTO, UN 등과 같은 글로벌 통치 기구에서의 경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저자의 예측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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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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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 새로운 것이 생겨나면 기존의 것은 밀려나고 만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 위의 도시 문명과 자연의 관계 또한 그러한 것 같다. 이는 어디에나 적용되는 흐름이지만 일상에 지칠 때마다 자연을 찾게 되는 걸 보면 이 흐름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자연에서 받는 치유의 힘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요즘 슬프게도 자연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언어와 마음에도 반영돼 옥스퍼드 주니어 사전에서는 자연과 관련된 용어들이 매년 삭제되고 있다고 한다.



아몬드, 블랙베리, 도토리, 클로버, 왜가리, 청어, 종달새, 가재 등이 전부 삭제되었고, 자연스레 아이들은 자연 훼손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게 된다.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어린 시절 친근하게 만날 수 있었던 동식물들을 못 본 지 오래되었고 기억 속에 그들은 잊혀 가고 있다.



통념을 뛰어넘는 결정을 하는 용기, 인내, 디테일의 힘


많은 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라 여기는 중에 직접 실행에 나선 이가 있다. 지구 반대편 섬나라 영국 웨스트서식주에 살고 있는 이저벨라 트리는 환경보호론자인 남편 찰리와 함께 적자 상태였던 그들의 사유지 농지에서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이 오래도록 심혈을 기울인 '넵 황무지 프로젝트'의 시작은 기울어만 가는 농촌에서의 자신들의 삶을 바로잡아 보고자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20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땅은 황무지에서 다시 활발히 기능하는 생태계가 되었고 야생생물의 수가 급증하면서 수많은 멸종 위기 종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작가이자 여행 저널리스트, 넵 황무지 프로젝트 관리자인 이저벨라의 흥미진진한 글솜씨 덕에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그들의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 갔다. 기존 통념을 뛰어넘는 결정을 하는 용기, 고착 상태에서도 이어지는 인내, 세부사항에 대한 꼼꼼한 조사까지 사람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세웠다 허물었다 다시 세우는 작업의 무한 반복


이저벨라 부부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자신들이 일군 자산과 갖은 대출 그리고 육체노동까지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현대식 농기구를 이용해 경작토를 만들고 제초제를 뿌리고 씨앗을 심고 비료를 주고 베는 작업을 매해 반복하며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재정 상태는 악화되었고 덫에 걸렸다고 생각한 부부는 우연한 계기로 네덜란드의 재야생화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서 자연이 이끌어 가도록 놔두는 실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영국에서는 선례도 없었기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이 프로젝트 또한 많은 자금을 필요로 했다.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한 그들의 시도는 감사하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들였다. 경작지였다가 재야생화된 땅에는 그들이 비용을 들여 도입한 동물들이 적응하며 지내는 동시에 시급히 보호해야 하는 멸종 위기종들이 스스로 찾아오면서 새로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었다.



사라지는 단어들 그리고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내는 힘


20여 년간 진행 중인 넵 재야생화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 난해한 정의, 보건과 안전상의 두려움 같은 이유로 영국 당국으로부터 거부를 당하기도 하고,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중도에 멈추기도 하며 수많은 장애물을 헤치며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은 농부의 땀과 핏방울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농부의 마음은 하늘도 알아줘야 할 만큼 고귀한 것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과거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듯한 야생 일지 같은 이 책은 땅에 대한 통념을 바꿔주고 있었다.



아직 현재진행형이기에 결과는 알 수 없다. 그치만 사라져가던 수많은 동식물들이 되돌아오고, 90% 이상 개체 수가 줄어들며 이번 세기 내에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던 멧비둘기와 나이팅게일 등 작고 여린 새들이 그들의 땅에 찾아오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환경이 오염되면서 오렌지 한 알, 사과 한 알에 담긴 영양분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 급격히 떨어졌다. 과거엔 한 알로 채울 수 있는 비타민을 요즘엔 8알 이상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멀어져 가는 자연을 붙잡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현실에서 실행에 옮기는 이들이 남긴 500여 페이지의 기록 <야생 쪽으로>. 



작고 여린 동식물을 비롯해 맹금류는 물론이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보호, 기후 위기까지 거시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개인적이기도 한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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