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쓰고 싶은 욕구가 찾아온다. 그나마 접근성이 쉬운 에세이부터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시까지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가장 호기심이 동하는 영역은 소설인 것 같다. 상황이나 감정을 떠올려 그에 맞는 등장인물을 고르고 시간의 마법을 걸어 이야기 속 세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샘솟는다.무작정 써보기도 하지만 막히는 상황이 오고 어찌하여 꼬인 매듭을 잘 풀어 마무리한다 해도 이런 졸작을 누가 읽나 싶은 생각에 좌절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소설 작법서로 눈길이 간다. 요즘에는 분야별로 다양하게 세분화해 가볍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법서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그중 일본에서 이미 성공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미우라 시온의 <풀코스 창작론>을 펼쳐보았다.미우라 시온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일본에서는 문학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이다. 문단에 데뷔한 지 20여 년이 넘은 그는 <배를 엮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마호역 다다 심부름집> 등을 출간했고 문학적 권위와 대중적 인기를 대표하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다.<풀코스 창작론>은 소설을 완성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프랑스 코스 요리에 빗대어 표현한다. 분량에 맞는 이야기 구성을 위한 아뮤즈 부쉬(전채요리)부터 인물의 대사, 비유, 치밀한 묘사를 위한 본식 요리와 독자들로 하여금 여운을 자아내는 한 방 펀치를 위한 구성력을 다루는 프티 푸르(디저트)까지 스물네 접시의 코스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화려한 수상 이력과 동시에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미우라 시온은 오래도록 단편소설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소설 쓰는 법에 대해 온라인에 연재해왔다. 이 책은 그 글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시한 것이다. 이야기의 구성 방식은 물론 취재 방법과 작가의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심사 때 투고작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과 보완할 점까지 작가 인생 20여 년의 창작 비결이 모두 담겨 있다.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 있다는 점이다.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성향이 글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그에 맞춰 번역을 참 잘한 것 같다. 문학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이미 성공을 거둔 미우라 시온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근차근 따라 하기만 하면 맛깔나는 소설을 한 편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