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광란의 시기를 보내던 미국의 1920년대, 일명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한 F. 스콧 피츠제럴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의 작품은 영화화되기도 했던 <위대한 개츠비>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정도지만 사실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도 참 많다.전성기 때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그의 일상까지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 시기는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삶을 숙명으로 여겼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어려운 생활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이 시대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는 피츠제럴드의 후기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북큐레이션을 하고 번역한 F. 스콧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어느 작가의 오후>1896년에 태어난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940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꾸준히 글을 썼다. <어느 작가의 오후>에는 짧은 생을 살다간 피츠제럴드의 인생 후반기 단편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각 작품마다 직접 코멘트를 달고 피츠제럴드의 글이 자신의 작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언급하기도 한다.피츠제럴드 에세이 3부작망가지다 | 붙여놓다 | 취급주의천생 글쟁이인 만큼 삶이 곧 글이 되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에는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아내 젤다는 정신병이 심해져 병원을 오가며 지냈고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빚에 시달리던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상업적인 글을 쓰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었다.더욱이 과거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제 자신을 뛰어넘어 그의 작품을 비난하기도 하는 상황에 더욱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차분히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삶을 정리하는 에세이 3부작은 하루키의 말처럼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글이다.<어느 작가의 오후>를 읽고 얼마 전 읽었던 디 에센셜 F. 스콧 피츠제럴드를 다시 펼쳐보았다. 장편, 단편, 에세이, 편지글까지 겹치는 작품이 하나도 없어 두 권을 함께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마음은 앞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오래도록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 두고픈 가장 애정하는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그런 그를 다른 누군가가 그것도 위대한 작가라 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애정해왔다니 왠지 모를 반가움에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