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6 - 상업의 길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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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복 군주 고구려의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한듯하지만 실상 그에 대한 자취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남아있는 자료라고는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비문과 <삼국사기 > '고구려본기' 속 일부뿐이고 이 또한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지난 20여 년 간 직접 만주·백두산·실크로드 등 해외 답사를 다니며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고구려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간접 자료 확보해 10부작을 목표로 한 대하 장편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의 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기자 시절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지금껏 해온 모든 글쓰기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고 한다. 고된 작업을 응원하는 마음과 더불어 어떤 팩트에 근거해 사라진 역사의 빈 공간을 채워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1년 가까이 담덕 북클럽에 참여해 그의 소설과 함께 하고 있다.


요동 정벌의 서막


6권에서는 영락태왕으로 빛나는 담덕의 초반 치세를 담고 있다. 당시 고구려의 주변을 동서남북으로 나누어보면 북동쪽에는 숙신이, 동남쪽에는 왜국이, 남쪽에는 백제와 신라가, 서쪽에는 후연과 북위가, 북쪽에는 거란과 부여가 있었다.


개인도 뜻을 펼치려면 우선 생계가 해결되어야 하듯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한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담덕은 국고를 튼튼히 하기 위해 상업의 길을 닦기로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역참과 흑부상을 활용해 정보 전달 체계를 확립하고 노략을 일삼던 거란의 비려를 정복해 인삼과 철의 교역로를 확보한다.


그동안 험준한 산세에 막혀 외부와의 교류가 어려웠던 고구려는 사방으로 길을 넓혀 수레가 왕래하고, 중원은 물론 서역의 상인들까지 다닐 정도로 문호를 개방했다. 이때 닦은 길은 전쟁 시에는 군사들의 진군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고구려가 내부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때쯤 미래의 장수왕이 태어난다.


양수겸장 그리고 백제 한성 공략


혼란스러웠던 중원의 5호 16국 시대. 고구려는 거란의 일부인 비려를 정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거란의 서쪽에 있는 북위와는 선린외교를 펼쳤지만 더 가까이에 있는 후연은 여전히 고구려에 위협적이었다. 이에 담덕은 기지를 발휘해 북위의 탁발규와 양수겸장의 전략을 펼쳐 후연을 압박하기도 한다.


한편 담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을 전사하게 만들었던 백제 역시 여전히 남쪽 변경을 자주 침범하며 고구려를 위협하고 있었다. 담덕은 북위와 후연이 대치하는 틈을 이용해 도발을 일삼던 백제를 수륙양면 작전으로 공격한다.


주로 인삼 재배지를 두고 다투던 때와 과거와 달리 이번엔 직접 백제의 수도 한성을 공격했고, 아신왕을 무릎꿇혀 영원한 노객의 맹세를 받아낸다. 신하들은 이대로 백제를 확실히 토벌할 것을 주장하지만 담덕은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신하들을 설득한다.


"사람이 작은 꿈을 가지면 소인이 되고, 큰 꿈을 가지면 대인이 되는 법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로 큰 꿈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국이 된다는 것은 땅만 크고 백성이 많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단군왕검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을 살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개토태왕의 치세를 복원하는 일은 무슨 의미일까


찬란했던 역사의 한때에 도취되어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단순히 거기서 끝나기보다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광개토태왕 담덕의 노마드 정신은 안주하는 삶의 방식에 매달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창조성을 지향하도록 일깨워준다.


6권은 참합피 전투를 앞둔 북위와 후연의 대립, 고구려가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해 노객의 맹세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광개토태왕 담덕, 휘하의 고구려인들은 물론이고 (맹세를 한 후에도 또다시 도발할) 백제 아신왕 그리고 중국 중세사의 한 축을 맡은 탁발규와 모용수를 비롯한 선비족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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