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문단 데뷔 이래 미스터리, 추리물, SF,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온다 리쿠. 그녀는 나오키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에 이어 서점 대상까지 여러 차례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 모두에 호평받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2001년 처음 발표된 도미노는 온다 리쿠표 '패닉 코미디'의 경쾌한 출발점으로 혼잡하기로 유명한 한여름의 도쿄역에서의 한나절의 해프닝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출간된 후속작 《도미노 in 상하이》는 대륙이 무대인만큼 사건의 스케일도 훨씬 커져서 돌아왔다.이 소설의 매력은 서술자가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다. 인물에 대해 평을 한다거나, 서술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멀찌감치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지켜보던 절대자가(마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호통을 치듯 난데없이 곳곳에 나타난 온다 리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더 재미있다.수많은 등장인물이 어우러져 시끌벅적한 군상극을 펼치던 도쿄역 테러 소동이 일어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영화 시작 전 카운트다운을 하듯 마이너스에서 시작해 플러스로 차츰 도미노 블록(각 사건)이 세워진다.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 일부가 다시 나와 더 반갑게 느껴진다.영화 홍보차 도쿄에 방문하며 반려 이구아나 다리오를 몰래 들여오다 소동에 휘말린 호러 영화감독 필립.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영화 촬영을 하게 하는데 또다시 몰래 다리오를 데려온다. 화물칸에 탑승하느라 잠시 떨어져 있던 찰나 범죄조직이 노리는 세기의 보물 '박쥐'가 강제로 다리오 뱃속에 삼켜진 채 상하이로 향한다.한편 결혼하면서 상하이로 이주한 에리코를 만나기 위해 전 직장 동료인 간토 생명의 유코와 가즈미도 휴가를 맞아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생에서 우연은 필연이라고 하는 온다 리쿠의 메시지를 증명하듯 24명의 인간과 3마리의 동물들은 모두 청룡 반점(호텔)으로 모인다.보물을 품고 있던 이구아나 다리오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실력의 청룡 반점 요리장 왕탕위안에게 요리되어 테이블로 오르고 주인 필립은 상심에 빠져 그만 촬영을 놓아버린다. 이 와중에 보물의 행방을 찾아 몰려드는 범죄조직과 그 뒤를 쫓는 홍콩 경찰 그리고 신속 배달에 여념 없는 초밥집 사장 겐지까지.수많은 이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얽히고설키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하여 청룡 반점 꼭대기 층에서 폭발하고 만다. 전작에 비해 훨씬 큰 스케일과 디테일한 묘사 덕에 더욱 재미있었던 《도미노 in 상하이》는 서술자의 미묘한 목소리를 남기며 끝을 맺는데 또 다른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된다.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킬링 포인트는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덩치 큰 판다 강강과 불의의 사고로 접시에 담겨 테이블에 오른 이구아나 다리오의 내면 묘사였던 것 같다. 동물들이 생각을 한다면 이런 식이지 않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유쾌하고도 명랑한 일본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