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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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왕(陸王). 처음 제목을 보고 축산농가의 재기를 다를 다룬 일본 소설인가 잠시 착각했는데 한자를 보니 고기 육(肉)이 아니었다. 황당한 오해를 남긴 제목은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이라는 의미를 지닌 러닝화의 이름이었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니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됐고 내 앞에 남은 건 이렇게 두꺼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벽돌 한 권. 기꺼이 맞아주겠노라며 책장을 넘겼고 알면서도 맞는 주먹처럼 훅 들어오는 감동은 이 소설의 묘미였기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는 익숙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잘 몰랐는데 그는 이미 정평이 난 일본 소설가였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이 영상화되었을 만큼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의 면면을 재미와 감동을 곁들여 표현해 내는 작가로 유명한 분이었다.

🥕점차 쇠퇴하는 노포 '고하제야'

일본식 버선인 다비를 제작하는 고하제야는 100여 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다비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레 사업도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주거래은행에 대출을 받아 근근이 이어왔지만 실적이 줄어드니 사업 개선을 요구받고 사장 미야자와는 고민을 거듭한다.

🥕러닝슈즈 사업에 뛰어드는 ‘고하제야’

4대째 이어온 노포의 자부심은 충만했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부심만으로는 그들의 전통을 이어갈 수 없었다. 냉정하게 현실을 되돌아본 미야자와는 도태되기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러닝슈즈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다.

호기롭게 시작한 새 사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자금 사정은 늘 목줄이 되어 따라다녔고 힘겹게 러닝슈즈 제작에 성공했지만 거대 업체의 훼방에 주저앉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과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람들과의 유대

'전통을 지키는 것과 전통에 사로잡히는 것은 다르다. 그 껍데기를 깰 것이라면 지금이 그때 아닐까?' 그 시기를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었다.

하지만 고비마다 찾아오는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엔 알게 모르게 도움의 손길이 늘 존재했다.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당연한 것 중에 정말 소중한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유대도 그런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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