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마니아들의 필수품! 문구류에 한번쯤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었던 것 같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펜을 색상별로 구비해놓고 색연필과 형광펜은 꼭 세트로 마련해두면 어찌나 든든하던지 거기에 각종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 그리고 포스트잇도 빠질 수 없다.지금도 펜은 주로 일본제를 선호하지만 어릴적엔 오로지 하이테크만 썼던 것 같다. 유행하듯 친구들 사이에서는 0.38m펜이 필수품이었는데 볼이 자주 망가져 수시로 교환해야했음에도 왜그랬는지 꼭 그것만 고집했었다. 문구 덕후 신분은 학교와 함께 졸업하려나 했는데 사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재미있는 점은 이 책은 기존 책들과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보는 구조문구 뿐 아니라 온갖 덕후들의 나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일본. 여행일지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야테노 고지는 '문구 없이는 삶도 없다'(No stationery, No life)라는 모토를 가진 웹매거진 <매일, 문방구>에서 활동중인 열성적 문구 마니아기도 하다.식당에 쓰는 용어인 줄 알았던 '노포'라는 단어를 오래된 문구점에도 사용하는 그는 일로도 사적으로도 문구점에 아주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산책하며 문구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문구를 손에 쥐어보고 직원분들과 문구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문구에 진심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덕심가득 도쿄 문구점 탐방기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작가가 문구점을 즐기는 방법은 정말 덕후스러움이 느껴질만큼 꼼꼼했다. 가장 먼저 가게 분위기, 상품 진열 방식을 살피고 그 가게에는 어떤 테마가 있고 어떤 상품을 추천하는지 체크한다. 필수 체크 포인트는 계산대였는데 가게마다 다른 계산대 디자인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인만큼 모든걸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해두어서 마치 잡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문구점이 등장하면 한참을 쳐다보다가 도쿄에 문구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꼭 들러보고 싶은 문구점은 체크해두기도 했다.가장 눈길을 끄는 문구점은 분구박스 오모테산도점. 시즈오카 현에 있던 인기만년필 전문점이 도쿄로 진출한 케이스였는데 만년필부터 만년필 굿즈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특히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오리지널 상품이 있어 손님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세계 만년필 애호가들이 굿즈를 구하러 오기도 하는 곳이라고.🥕문구 덕후의 시작은 사실 유행을 따르는 것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라는 게 생긴다. 아무거나 유행따라 사기보다는 나만의 취향에 꼭 맞는 값진 물건을 구해 소중히 사용하고 간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덕후의 자세가 아닐까 싶었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 도쿄의 개성 넘치는 문구점을 누벼보면 좋을 것 같다. 취향이 없다면 탐색을 통해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이미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열광적으로 즐기라는 번역자의 말처럼 둘러본 만큼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