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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0만 부 기념 리커버)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고전 역학의 에너지 보존 법칙은 인간의 몸에도 적용된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분명 일정한 총량이 존재하기에 낭비는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현명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많은 경우 이런 예민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놀랍게도 이들 중 다수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예민함 조절 기술과 임상 경험 그리고 세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 다스리기에 도움이 되는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남들보다 좀 더 피곤하고, 좀 더 힘들게 사는 세상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예민함과 뇌의 작용
우리 뇌는 마음을 담고 있는 기관이다.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은 뇌의 신경 회로망에 담겨 있고, 수억, 수조 개의 회로가 모여 그 사람의 마음 구조를 이룬다.
작은 진화의 과정을 보듯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하지 않는 신경 회로는 망각 과정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자주 경험하거나 강렬한 트라우마와 연결된 신경망은 더 강화되어 단단해진다.
이렇게 우리 뇌 안에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협력해 예민성을 조절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두엽과 변연계의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물질이 알코올. 술을 마실 때 유독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술을 마시면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운전 중 전방 충돌 사고 시 이마를 유리창에 부딪힌다면 전두엽을 다치게 된다. 이때 눈 근처의 안와전두엽을 다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공격성과 충동성이 강해진다.
반면 내측전두엽이 손상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씻지도 않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듯 선천적인 유전의 문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급작스러운 사고의 경우 등 수많은 요인들로 인해 예민성이 강화되는 것 같다.
결국 선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예민성이 병적인 상태로 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예민성을 관리해 보자
현재의 스트레스, 과도한 긴장, 불안 등 자신의 예민성에 휘둘리는 마음이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타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때 자신의 예민성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볼 수 있다.
예민성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만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고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쳐도 예민하지 않도록 평소 연습하며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며 현재에 집중하고 스트레스가 과다하다 싶을 때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미리 찾아두어야 한다. 또한 각성을 낮추는 생활 습관을 평소 길러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팁이 정리되어 있었다.
좋은 표정과 말투를 만들어보자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표정이나 말투에 민감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표정과 말투를 평소 연습해 보자.
머리의 위치를 똑바로 해보자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똑바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거울을 보며 목을 똑바로 하고 머리 위치를 어깨 중간으로 해서 목뼈를 세워보자.
예민한 위장을 달래보자
예민한 사람들은 긴장하면 위경련이 일어나거나 설사를 한다. 특히 탈이 났을 때 일을 중단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뇌와 장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평소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는 것보다는 깨는 것에 집중하라
예민한 사람은 잠이 안 와서 고생하고 겨우 잠이 들어도 자주 깨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잘 알면 예민함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기에 꼭 해야 하는 싫어하는 일이라면 중간중간에 좋아하는 것을 하면 에너지 소진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한때 예민 보스로 결벽증까지 여러모로 괴로웠는데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알았더라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체 감각에는 예민한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예민한 사람들이 많은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드러내는데 저자에 의하면 장점으로 발휘하는 것은 여자 골프 우승 독식, 영화나 드라마·음악을 잘 만드는 것, 반도체 등 예민한 기계를 잘 만드는 것 반면 너무 예민하다 보니 갈등이 많고, 높은 자살률, 불면증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국민성이라고까지 하면 비약이겠지만 어쨌든 높은 확률로 예민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민감한 마음을 잘 조절해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단점이 장점이 되는 기질이 바로 예민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