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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출간된지는 몇 년 되었지만 난 올해 상반기 이 소설을 처음 만났었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무려 30여 년이 걸린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이라는 파친코를 읽고 아직 2022년이 한참 남았지만 이건 올해 최고의 소설이 될 거라는 예감과 함께 소설과 작가에 대한 애정이 날로 커져만 갔다.
마침 애플 TV에서 드라마로도 출시되면서 원작 소설을 읽고 이어서 드라마까지 감상하며 파친코의 모든 장면이 박제되어 뇌에 각인된 기분이었다. 한창 인기몰이 중 원작 소설의 국내 판권이 종료되어 서점에서 <파친코>가 잠시 자취를 감추었을 땐 마치 내 일인 양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이미 책을 갖고 있었음에도 ㅎㅎ)
이후 다행히 다른 출판사와 판권 계약이 새로 체결되고 새로운 역자의 손에서 다시 번역되어 새 옷을 입고 등장한 <파친코>. 표지는 이전 판본과 분위기는 유사하지만 좀 더 밝고 세련된 무드가 느껴진다. 또한 소제목의 구성과 역자가 바뀜에 따라 글의 문체도 바뀌었고, 그에 따라 분량도 달라졌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산 영도의 하숙집 주인 훈이, 양진 이들 부부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로 파란만장했던 우리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그들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역사소설의 장르 특성상 전개가 역동적인데 거기에 더해 작가는 곳곳에 독자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사건들을 추가해놓아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엔 드라마를 보고 나서인지 등장인물들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입을 덜기 위해 미혼은 언니들을 앞서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하게 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하며 고된 삶을 살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위로 여러 아이를 유산하거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잃고 낳게 된 선자. 선자는 이들 부부의 살아남은 유일한 자식이자 장애 없이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였다.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선자는 오사카에서 온 엄마 또래의 생선 중매상 한수에게 빠져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한수를 사랑했지만 뒤늦게 그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자는 절망에 빠졌다. 한수는 결혼은 할 수 없지만 아이와 선자를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선자는 그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어 거부한다. 마침 하숙집에 손님으로 와있던 목사 이삭이 사정을 알고도 선자에게 청혼하면서 이 둘은 결혼 후 오사카로 함께 이주하게 된다.

비극으로 점철된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국민들이었지만 아무도 이들의 고난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살 길을 모색하여 떠난 일본이었지만 그곳의 교포들은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오사카에서 선자와 그녀의 아이들 노아, 모자수 그리고 이삭의 형 요셉과 그 아내 경희 그리고 늘 주변을 맴도는 한수까지 저마다 이국땅에서 정착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에 1권은 마무리되었다. 이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시기와도 맞물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다시 읽은 파친코는 처음 읽었을 때 처럼 그 먹먹한 기분이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다만 이번엔 등장인물들의 삶의 태도에 좀 더 주목하며 읽게 된 것 같다. 이어지는 내용을 알더라도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속의 묵직한 그 무언가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달 후반에 2권이 출간될 예정인데 너무 기다려진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