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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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던 세대인 나는 고대 삼국의 역사의 전성기를 4세기 백제 근초고왕 - 5세기 고구려 광개토태왕, 장수왕 - 6세기 신라 진흥왕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삼국통일은 신라의 몫이 되었고 가장 방대한 영토를 지녔던 고구려의 사라진 역사에 자못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려 통일을 하면서 멸망한 고구려 영토는 다른 나라로 편입되고 당시의 흔적은 중국 역사서의 기록과 삼국사기의 축소된 기록 외에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특히 전성기를 열었던 광개토태왕 대의 역사기록은 '광개토태왕 능비'에 나온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역사 속에 가려진 광개토태왕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직접 해외답사를 하며 조각난 자료를 수집했다. 소설 특성상 오롯이 팩트에 기반한 사실만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며 선조들의 정신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백제의 정복 군주 근초고왕에게 매번 당하며 결국 원통하게 죽은 할아버지 고국원왕, 이후 흐트러진 고구려의 내실을 다진 백부 소수림왕, 이어서 아버지 고국양왕을 거쳐 가장 빛나는 결실을 맺게 되는 광개토태왕에 이르기까지 아득히 먼 고대의 대서사가 펼쳐진다. 



(영토 확장의 완성은 광개토태왕의 아들 장수왕 대라고 볼 수 있는데 10권을 예상하고 있는 이 소설이 어디까지 담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1권은 할아버지 고국원왕 사유의 재위 기간 마지막 해로부터 시작된다. 두 해전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패한 고국원왕은 복수를 다짐하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복잡했던 당시 국제 정세와 상대인 백제 근초고왕의 과거 이야기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다.



고집불통 고국원왕 그리고 태자 구부와 왕자 이련, 동부의 야심가들 하대곤과 하대용, 얼떨결에 왕자비가 된 연화, 그런 연화를 흠모하는 추수와 해평, 그리고 해평의 숨겨진 과거, 거상을 꿈꾸는 두충과 사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야심을 품고 있다.



한 나라의 운명도 한 개인의 운명도 감정에 좌우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고국원왕 사유는 백제와의 전투에서 패한 이후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자 구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고 수확기를 앞둔 농사철에 모병을 하니 민심도 흉흉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복수혈전만을 꿈꾸는 나라의 지존은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밀어부쳤고 결국 또다시 패하고 만다. 고국원왕 사유는 파계승 석정의 간언을 듣고 뒤늦게 참회하지만 이미 백제에게 틈을 보인 상황이라 난국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환경은 달랐지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세계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결국 모든것엔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 모두들 저마다의 이유로 행동하고 있었고 개인이 아닌 나라의 수장으로서 감정에 치우쳐 한 행동의 결과는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근초고왕이 기다리고 있는 평양성에 복수의 칼날을 벼리며 고국원왕이 달려가기 하루 전의 이야기로 1권은 마무리된다. 역사를 통해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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