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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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에 영원을 담는다.

윌리엄 블레이크




허블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 년. 빅뱅이론에 따르면 태초의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여 생성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팽창하고 있다. 이조차도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측정 기술의 범위 내의 수치이고 사실 그보다 더 오래전의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우주의 광활함을 떠올리면 거기에 압도되면서 나는 이 우주에서 티끌만큼 작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은 작은 소우주이며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이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은 모순처럼 느껴져 실재를 파악하기 어렵기도 했다.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MIT 교수 그리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화려한 이력을 지닌 프랭크 윌첵.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크 윌첵은 책에서 세계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하여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적인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리학의 개념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설명으로 시작하여 성찰로 나아간다. 철학과 과학이 어우러져 있어 감동적이기도 했다. 복잡함에 가려져 있지만 다른 안목으로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세계는 넘치도록 풍부하고 단순하다는 걸 가르쳐준다.


내가 평소 느끼던 상반되는 그 감정 그것은 내가 모순적이어서 그런 건가 했는데 선천적으로 우리의 감각은 실재의 많은 면을 인지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의 능력으로 인간의 자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 노력이 필요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 <상보성은 마음을 확장한다>. 상보성(相補性)을 설명하는 개념은 여러가지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상보성은 하나의 단일한 사물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고려할 때 아주 다르거나 심지어는 모순적인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세계는 단순하면서 복잡하고, 논리적이면서 이상하고, 법칙적이면서 혼란스럽다. 그리고 근본적인 이해는 이런 이중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더 크고 깊게 드러내 보인다. 상보성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서는 물리적 실재를 바르게 대할 수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이중성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작으면서도 거대하고, 찰나에 스러지면서도 오래 견디며 많이 알면서도 무지하다. 상보성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서는 애초에 인간 조선을 바르게 대할 수 없던 것이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정말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동일한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르거나 심지어 모순되는 방법일지라도 각각 타당한 통찰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겸허한 자세와 자긍심을 동시에 가지는 게 마땅한 일이라는 말이 왠지 모를 위안을 주었다.



과학과 근본에 대한 이해는 다른 분야가 아니었다. 우리 자신을 물질의 패턴으로 보면 인종주의, 성차별, 전체주의 같은 관념들은 우리를 제한하는 허상이었다. 우주는 이상한 곳이고 우리는 모두 함께 우주 속에 있기에 우리의 과업은 시야를 넓혀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메시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존재의 모순에 대한 이해를 철학 책이 아닌 과학 책에서 할 수 있었다. 과학과 철학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학문과 종교는 우주의 원리를 각자의 시선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었다. 이 또한 상보성의 한 측면인 것 같다.



나의 표현력의 한계로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소감을 풀어놓아서 읽는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 감동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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