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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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니 반가운 마음에 펼쳐보았다. 그런데 김영하와 SF 라니 어딘지 낯선 느낌이 들어 혹여나 실망할까 봐 조심스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내가 만난 SF 소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주제도 몹시 철학적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로 이어져 지구에서의 나의 생 그리고 주변 관계 모두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 거자필반 (去者必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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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은 언젠가 헤어지게 마련이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말은 쌍을 이루고 있다.



《작별인사》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 주인공 철이의 회고로 시작되는데 그 한 페이지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련하고 쓸쓸하다. 미리 예고된 이별이라면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게 된다.



가까운 미래 통일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반 시설이 없어 낙후된 평양에 IT 산업 단지가 조성되고 그곳에서 철이가 태어났다. 인간인 줄로만 알고 지냈던 철이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인간이 아닌 과학자 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한 휴머노이드라는 걸 알게 된다.




늘 꿈꿔왔지만 의도치 않게 시작된 모험에서 같은 휴머노이드, 복제인간과의 만남을 통해 철이는 각성하게 되고 이후 이어지는 철이의 여정을 통해 영원불멸과 생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개별성이 있는 유한한 인간의 삶, 개별성은 없지만 무한한 우주의 일부로서의 의식 중 선택할 수 있다면?


휴머노이드 달마 그리고 복제인간 선이와의 대화는 철이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둘 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옳다고 여겨지지만 이 생이 끝나지 않았기에 정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는 선이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아니 이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첫머리에 등장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로 찾아갔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거라는 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게 될 숙명이다. 그걸 알기에 더 이 생이 소중하고 더 값진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 다채로운 선물 꾸러미를 받은 기분이었다. 아련하고 쓸쓸하지만 다정함이 묻어나 있는 SF 소설의 탈을 쓴 철학 에세이. 여운이 남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휘리릭 넘겨보기도 하고 종이 냄새도 맡아보며 질척거리다가 감상문을 남기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랬어요. 당신의 지적 스펙트럼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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