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간의 탄생 - 체온의 진화사
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박한선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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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Our Inner Thermostat

Made Us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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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의 진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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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브레드 쿠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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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왜 한여름에도 꼭 붙어 다닐까?(좋으니까?) 단지 번식을 위한 목적이라면 잠깐이면 충분한데 말이다. 그리고 공포영화는 어째서 한여름에 개봉하는 걸까?(오싹하면서 추워지니까?)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은 왜 동서양을 막론하고 추운 겨울에 있을까?(이건 모르겠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법한 이야기는 의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사실 진화의 렌즈를 통하지 않으면 왜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자인 한스 이저맨은 무심코 행동하던 이런 문제들을 체온 조절의 진화라는 주제로 묶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신체와 정신 즉 마음을 서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개체로 보고 감정, 관계, 건강 문제, 심지어 집을 잘 파는 능력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은 체온 조절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펭귄과 인간과의 공통점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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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가 휘몰아치는 남극의 평원에서 거대한 펭귄 무리들이 추위를 이겨내려 몸을 떨며 서로 모여서 도는 행위를 허들링이라고 한다. 매년 세계 각지의 방송국에서 남극의 펭귄을 생태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펭귄들은 힘든 상황에서 서로 보듬어주었고, 먹이를 구하러 간 엄마 펭귄 대신 아빠 펭귄이 알을 품고 육아를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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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펭귄들의 모습을 인간의 사회성과 유사하다고 본 점이었는데 의외로 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펭귄 사회 역시 강간, 소아성애증, 시간증(시신유골애착증), 자살 등 이런 불편한 행동들 역시 펭귄들도 하고 있었다. 반사회적이라 할 수 있는 행동들까지.. 펭귄의 귀여운 이미지는 당분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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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사회적 · 반사회적 행동뿐 아니라 가장 닮은 점은 바로 체온 조절 능력이었다. 체온 조절은 유기체로서 각자의 기능을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활동이다. 인간도 펭귄도 마찬가지로 추위에 몸을 떨며 갈색 지방 저장고와 백색 지방 저장고는 운용하며 에너지를 확보하고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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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펭귄들의 허들링처럼 인간도 진화 과정에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왔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만 해도 한 침대에서 온 가족이 다 함께 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대안이 없어 나름의 최선을 택한 것이었지만 그런 방식은 인간의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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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기술 혁명이 일어나고 난방장치가 사용되면서 이런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이러한 체온 조절에 대한 갈망은 펭귄 사회에서나 인간 사회에서나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결국 사람과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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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뜻한 사람이라며 접근해 남을 속이는 사기꾼이 많다. 인간은 따뜻함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것이다. 친구나 동료, 연인에게 당한다. 심지어 부부도 차갑게 갈라지는 세상이다. 이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차가워지고 가까이 다가오는 이를 경계하는 냉담함으로도 이어진다. 자칫 뜨거움에 델까 싶어 따뜻함 마저 망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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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기온이라면, 조금 덥거나 추워도 건강에 큰 이상은 생기지 않는다. 몸만 그럴까? 우리의 마음도 그리고 세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기꾼을 경계하려고 완벽한 마음의 온도, 완벽한 관계의 온도를 찾다가는 주객이 전도되어 온종일 온도조절장치만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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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물리적인 접촉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은 진화의 관성에 따라 늘 함께 하기를 갈망한다. 체온은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을 수 없고 서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 따뜻함을 주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도 따뜻함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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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허들링에서부터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몸집이 큰 이유, 따뜻한 기후 지역에서의 삶의 좀 더 편한 이유, 엄마 품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 집·물건·광고의 온도, 건강과 질병 치료의 문제까지 체온 조절을 인간의 모든 생활에 연결시킨 점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진화 심리학. 어디까지나 학문이기에 100% 검증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의 발견은 우리가 늘 만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와 꾸준한 인내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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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근거 여부는 모르지만 힘든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음료는 체온을 높여 그의 마음을 다독여줌과 동시에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온과 정신적인 지지는 동일하다고 보는 관점을 믿어보려 한다. 추워지기 시작했으니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건네야지. 귀여운 진저브레드 쿠키도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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