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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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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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댄서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인가 했는데 뜻밖의 전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물론 친근한 아빠였지만 엄마에 비해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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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는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조잘거렸는데 아빠는 주로 멀리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했었다. 소설 속 남현 씨도 그랬다. 아내와 딸의 대화를 듣기 위해 늘 방문을 조금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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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나 싶다. 아빠에 그리고 가족에 대해 또한 사람을 향한 공감과 이해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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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7세인 주인공 남훈 씨는 오랜 기간 굴착기 기사로 일해왔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업신여기나 싶어 늘 경계의 눈초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단한다. 집에 가면 밥부터 찾고 가족들은 늘 본인을 우선으로 대접해 줘야 한다고 여기는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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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상처받을까 두려워 미리 방패를 둘렀던 것뿐 사실 따뜻한 사람이었다. 표현이 서툴고 방법을 몰라 그랬었다. 하지만 한번 마음 열면 누구와도 기꺼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 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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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라고 부르지만 실은 창고방에 가까운 그의 공간. 과거 이혼 후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가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이후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적기 시작한 <청년일지> 거기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은퇴를 하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과제를 하나씩 이뤄보겠노라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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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1. 남보다 먼저 화내기 않기

과제 2.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과제 3. 외국어 배우고 해외여행하기

과제 4. 건강한 체력 기르기

과제 5. 죽은 다음 어디에 묻힐지 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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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차례대로 완수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입던 낡은 속옷은 모두 버리고 처음으로 백화점에 가서 새 속옷을 잔뜩 구입한다. 이어서 좋은 정장을 한 벌 마련하고 싶어 명품관을 찾아가지만 그곳 직원은 "할아버지 비싸요." 하며 그를 무시한다. 화가 솟구쳐 올랐지만 과제 1번을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누르고 돌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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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와 구경하라는 친절한 누군가의 말. 그곳은 양복점이었다. 친절한 재단사에 이끌려 양복을 맞추기로 하고 치수를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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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상이 참 예쁘다는 재단사의 칭찬에 계획에 없던 중절모와 구두 그리고 행커치프까지 구입한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스페인에서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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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은 좀처럼 입어보지 않았던지라 통이 넓고 편하게 해달라는 그의 말에 재단사는 춤이라도 출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약속한다. 그 후 계속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아 그는 플라멩코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학원에서 무시당할까 두려워 과해 보이는 듯하지만 맞춘 양복을 차려입고 가서 무릎에 물이 차도록 열심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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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어떤 걸로 배울까? 흔한 영어 말고 독특한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찾아보지만 모두 배우기 까다로워 보인다. 어려울 것 같은 언어들을 모두 제외하고 보니 남은 건 스페인어. 딸 선아에게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여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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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년 이상 미뤄온 한 가지 과제. 바로 전처소생의 딸 보연이를 찾는 일이다. 어릴 적 이혼 후 아빠 노릇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 수소문 끝에 보연이를 찾는다. 그리고 현재의 아내와 늦둥이 딸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실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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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고 딸 선아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기꺼이 아빠를 이해해 준다. 가족의 배려로 첫째 보연이와 남현 씨는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스페인 광장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플라멩코를 춘다. 수많은 관광객이 그를 지켜보고 있고 그중 제일 빛나는 존재 보연이가 아빠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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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빠가 날 버리고 갔다면 어떤 기분일까? 훗날 다시면 그때 왜 날 버렸냐고 그리고 왜 다시 찾지 않았느냐고 따지게 될까? 물론 아빠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만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기는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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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해 줘야 하지 않을까. 처음엔 남현 씨가 미웠지만 그를 이해하려 노력해 봤다. 결국 나를 위해서 말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남현 씨를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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