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표지에 등장하는 마치 화가 난 듯한 여인의 모습.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모습이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등 위대한 영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기존의 매혹적인 모습의 헬레네는 아니었다.
이렇듯 그리스 비극은 일반적인 그리스 신화를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반어적 시선으로 본 「헬레네」.
에우리피데스의 극 「헬레네」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신의 계획에 따라 이집트에서 낯선 남자의 청혼을 받기도 하고, 수많은 그리스의 젊은 남자들이 목숨을 잃어버린 원흉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등 헬레네를 둘러싼 무수한 풍문에 조금만 건드려도 곧바로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심통 난 모습이다.
그리스 비극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익숙할지 몰라도 사실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방대한 신화의 내용을 제대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꼭 글로 접하지 않더라도 그림 감상으로 비극의 내용을 환기해볼 수 있다. 여기서 흥미를 느껴 비극을 찾아 읽게 된다면 더욱 좋지만 말이다 :)
책에서는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현존하는 비극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신고전주의 화가들이 그린 명화가 주류를 이룬다. 글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여럿 화가들이 같은 주제로 그린 그림이 많았다.
나는 아직 그림을 잘 모르기에 감상평을 쓰기 쉽지 않았지만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저자분이 언급하신 섬세함,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좋은 감각을 바탕으로 보려 노력했다. 무척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그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다.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불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기원전 430~425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하길 '오이디푸스 왕은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한다.
그렇다면 비극의 의의는 무엇일까?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통과 연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즉 주인공이 부당하게 불행을 겪는 것을 보며 우리는 연민이 환기되며, 동시에 공포의 감정이 드는 것이다.
이렇듯 비극의 감정을 통해 '내가 저 주인공의 입장이라면 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하는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다. 비극을 통해 지혜를 얻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비극의 가치인 것 같다.
오이디푸스는 테베 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신탁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산속에 버려졌다.
우연히 목동에 발견되었는데 발견 당시 인적 없는 골짜기의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발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여기서 그의 이름이 유래한다. 오이디푸스라는 말은 '부은 발'이라는 의미다.
목동은 양젖과 소젖을 먹여 오이디푸스를 기른다. 때마침 자식이 없던 이웃나라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와 여왕 메로페에게 입양되어 그들을 친부모로 알고 코린토스의 왕자로 성장한다.
성장 후 우연히 신탁을 듣게 된 오이디푸스. 그 신탁은 친부모와 관련된 것이었으나 이를 몰랐던 오이디푸스는 양부모를 친부모로 착각하고는 신탁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코린토스를 영영 떠나기로 결심한다.
코린토스를 떠난 오이디푸스는 길에서 만난 마차와 시비가 붙는다. 시비 끝에 상대가 오이디푸스의 말을 죽이자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그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이때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은 바로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테베 왕 라이오스였다. 이렇게 신탁이 절반 실현되는데 이때까지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아버지인지 모른다.
당시 테베에는 반은 사자이고 반은 여자인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헤치고 있었기에 민심이 흉흉한 상황이었다.
왕이었던 라이오스도 신의 뜻을 묻기 위해 델포이 신전으로 가는 길에 오이디푸스에 의해 죽음을 맞은 것이다.
왕이 죽자 테베의 섭정 크레온은 스핑크스를 물리친 사람에게는 테베의 왕위와 이오카스테 왕비를 아내로 맞이하도록 해준다고 공표한다.
여행을 계속하던 오이디푸스는 얼마 후 테베로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문제의 그 스핑크스를 만났다. 그곳에서 스핑크스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잡아먹고 있었다.
"이 세상에 사는 것 중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데, 네 발로 걸을 때는 가장 느린 것이다."
라는 스핑크스의 말에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대답하며 정답을 맞힌다. 추가로 낸 질문까지 맞히자 스핑크스는 분을 참지 못하고 바위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
이후 오이디푸스는 섭정 크레온의 공표에 따라 왕비였던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아 아이들도 낳는다. 이로써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에 예언된 신탁이 실현된 것이다.
이때까지도 오이디푸스는 출생의 비밀을 몰랐으나 곧 정체가 드러난다. 존속살인, 근친상간의 전말이 드러나자 충격을 받은 이오카스테는 목을 매어 자살한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이자 아내의 시신 앞에서 울부짖다가 곧바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가슴에 붙어있던 황금 브로치를 떼어내 스스로 눈을 연거푸 찌르고 장님이 된다.
자신은 죽어서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는 생각에 본인의 눈을 찔러 시력을 잃고, 왕의 자리는 숙부인 크레온에게 넘기면서 자신을 멀리 추방할 것을 부탁한다. 이때 맏딸 안티고네가 장님이 된 아버지의 방랑길에 동반자가 되어준다.
비극의 플롯을 따라 거기에 대응하는 명화가 등장하기에 이해하기도 쉽고 머릿속이 좀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다만 전체 스토리가 궁금해지며 알쏭달쏭한 부분이 생겼다.
이런 이유는 비극은 신화를 각색했기에 작가마다 주목하는 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을 읽으니 그리스 신화가 읽고 싶어졌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뭐예요?
보통 어릴 때 나타났다 해소되는 듯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반대의 성을 지닌 부모와 결합하려 애쓰고, 동성의 부모가 죽거나 사라지기를 바란다.
긍정적인 성향과 부정적인 성향이 공존하는데 성인이 되면서 점차 긍정적인 성향이 우위를 차지해 잘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성격 구조, 부모와의 심리적 관계, 성 정체성 혹은 자라서 이성을 선택할 때 무의식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