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보석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태어난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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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어떻게 탄생할까? 지구 아래 여러 곳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는 부글부글 끓으며 휘몰아치는 지구 핵의 압력으로 생성된 뒤 폭발을 통해 지구 표면으로 올라온다. 에메랄드처럼 지각 대변동 때 대륙이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희귀한 광물들이 땅속에서 서로 만나 생길 수도 있다. 진주처럼 생체 부산물일 수도 있다. 심지어 시계처럼 인간이 만든 기발한 기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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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도 보석을 만드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보석의 물리적 생성과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는 과정일 것이다. 진짜 '보석'은 땅속이나 실험실이 아닌 인간의 마음속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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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지닌 단 한 가지 본질이자 목적은 상을 맺고 다시 반사하는 것이다. 보석의 반짝이는 표면과 마찬가지로 보석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우리의 욕망을 반사해 다시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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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의 계기가 된 목걸이 / 프랑스혁명 전야에 유행하던 팸플릿 언론(주로 왕가를 상스럽고 음란하게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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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이 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혁명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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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가 없었다면 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_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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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베르사유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 그녀는 백성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사치스럽고 경박하기만 한 욕심과 허영이 많은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지만, 싫으면서도 매력적인 왕비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증오가 혁명의 참여자들을 한데 묶는 계기가 된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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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후가 나빠졌고 정부의 대처는 서툴렀으며 귀족들은 백성의 소중한 식량인 밀가루를 가발에 분으로 뿌려대는 등 비상식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는 동안 백성들은 굶주리고 고통받으면서 반란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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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이 붙어야 폭발이 일어나듯, 혁명에도 불을 지필 기폭제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목걸이 사건'.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기 위한 치밀한 절도 행각을 둘러싼 일련의 추문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추기경을 유혹해서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으며 국가의 돈을 그리고 어쩌면 가톨릭교회의 돈까지 횡령한 여자로 지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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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앙투아네트는 이 가운데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 결국 목걸이 절도를 계획한 진범이 밝혀지면서 앙투아네트는 누명을 벗었지만 왕가를 비롯한 그녀의 평판이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후였다.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프랑스가 겪고 있던 모든 고통과 도덕적인 격분의 표적이 되었다. 그녀는 헛소문도 사실이 되는 여론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 사건은 역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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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이 사실로 변하고 보석이 우상으로 변하듯 사람도 인간이 아닌 그저 하나의 상징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상징에 따라 물건의 가치를 매기고 사람이 '받아 마땅한' 상벌을 정한다. 목걸이 사건은 경솔한 국가 지도자, 소문, 쪽지 교환, 젠체하는 사람, 파벌에 관한 이야기의 복합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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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미키모토 고키치 회장의 진주 목걸이 다이쇼렌 / 일본의 진주잡이 해녀 아마 / 미키모토 회장의 진주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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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진주의 대가 미키모토 고키치

양식진주와 일본의 메이지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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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험실에서 만들지 못하는 물건이 두 개 있다면, 바로 다이아몬드와 진주입니다. 미키모토 씨가 진주를 양식한 것은 세계적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_ 토마스 에디슨(Thomos Ed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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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넘게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나라 일본. 그동안 일본은 무적함대의 나라 에스파냐의 몰락, 계몽주의, 프랑스혁명, 영국 상업 제국의 세계화, 미국 건국, 산업 혁명 등 여러 역사적인 사건을 놓쳤다.(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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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7월 8일, 페리 제독의 함대가 일본 앞바다로 다가와 공포심을 조장해 함포 외교를 시도하려 한다. 당시 에도 시대 막부 체제였던 일본은 저자세를 취하며 일단은 상호 무역을 강제하는 여러 조약을 체결한다. 이미 수치스러운 조약을 맺긴 했지만, 일본 정부는 훗날 서양이 또 왔을 때에 대비하기로 다짐하며 대규모 개혁을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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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천황의 이름을 따 메이지 유신이라 불린 1868년부터 1912년까지의 국가 혁신은 일본이 문화와 기술면에서 명실상부한 20세기 현대 국가로 떠오르는 기반이 됐다. 이때 일본인들은 외국을 따라잡고 앞서 나가기 위해 자신들의 뿌리 깊은 전통문화를 삽시간에 과감히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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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봉건체제가 붕괴되면서 더 이상 신분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사무라이는 강제로 해체되며 머리를 잘라야 했고, 게이샤는 타자를 배웠다. 이런 메이지 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평민으로서 사무라이의 딸과 결혼해 진주 양식 기술을 발명해 완성하고 상업화해 과학자와 상업가로 이름을 날린 미키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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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듯 고급스러움을 발산하는 진주의 가장 큰 매력은 완벽성의 추구에 있다. 오랫동안 진주 산업을 손에 넣기 불가능할 정도로 찾기 어렵고 희귀한 완벽한 진주 한 점에 대한 환상에 의해 지탱돼왔다. 자연에서 진주는 살아 있는 생물 속에서 생화학적으로 만들어지기에 판매를 할 수 없었고 왕족들을 위해서만 쓰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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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주를 양식하는 법을 개발해 전 세계로 다양한 크기, 품질, 가격대의 진주를 보급한 미키모토. 물론 최초 개발자는 아니지만 최초로 대중화에 성공한 사람은 그였다. 또한 미키모토는 최초의 진주 보석 브랜드 미키모토를 설립하는데 그전까지는 가게 하나를 채울 만큼 많은 진주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단순히 진주를 많이 팔기 위한 매장이 아닌 진주의 이미지를 팔 매장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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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시기가 지나고 대공황이 찾아오면서 진주 시장은 붕괴된다. 이때 천연진주를 가진 사람들은 미키모토의 양식 진주 때문에 시장이 무너졌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미키모토는 뛰어난 쇼맨십을 발휘해 이에 대응한다. 결국 양식진주는 현대 경제와 산업을 향한 메이지 시대 일본의 질주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역량이 됐고 미키모토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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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진주의 가격은 공급이 늘어나면서 떨어졌지만 아직도 진주는 귀중한 보석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진주로 벌어들인 돈과 상업적 지위는 물론 진주가 떠올리게 하는 감정적인 가치에 힘입어 세계의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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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모두가 탐내는 진귀한 보석이 사람의 인생과 역사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보석은 언제나 정치와 군사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심지어 보석 때문에 문화 운동이 시작되고 왕조가 바뀌고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영제국의 시작, 프랑스혁명의 빌미, 소련의 자금력, 일본의 근대화.. 이 모든 중심에는 '보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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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가 있다. 욕망이라는 창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로 인한 수요와 희소성의 경제가 만들어낸 결과와 더불어 저자의 사견이 첨부된 글을 읽어 내려가며 이 책의 장르를 무엇으로 봐야 할지 약간 알쏭달쏭했다. 하지만 굳이 정의하지 않으면 어떠하리.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해 마지막까지 눈을 반짝이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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