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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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정말이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이곳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잘 몰라 이웃 신청이 오면 무조건 받았었다.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드려요. 와서 보세요."대게 이런 식인데 막상 가보면 다른 데서 그대로 차용한 내용 올려놓은 경우가 아주 많았다.



가령 블로그 잘하는 법에 대해 종종 여러 이웃분들이 포스팅을 하시는데 읽어보니 본인이 전문가처럼 보이게 글을 올리라는 법칙이 있었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에겐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글 작성자 본인도 잘 모르고 직접 해보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잘 아는 듯 써놓은 포스팅이 많았다. 이런 글 많이 읽다 보면 정말 지친다.



정말 제대로 된 정보인지 지식인지 그리고 나에게 유용한 내용인지 판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늘 함께하는 핸드폰으로 눈앞에 그 정보가 있으니 별생각 없이 읽기 때문에 시간만 야금야금 잡아먹히고 남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이를 의식하면서 지내려면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이 습관 기르기에 가장 좋은 게 철학 공부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 삶이 곧 철학이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느끼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철학의 프레임을 통해 배우고 나면 사유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고 깊은 통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로 인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걸 구분하는 지혜까지 기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 멀고 멀었다. 그래서 읽게 된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제목에 '처음 읽는'이 붙어 쉽게 술술 읽히겠거니 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ㅎㅎ 어릴 때 도덕 교과서에 등장하는 공자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로크, 루소, 칸트 등등 익숙한 이름을 보고 고른 책이었지만 정말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건 무한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들의 이론은 잘 몰랐던 경우와 생전 처음 접한 낯선 이슬람 철학자들과 유대인 철학자들까지. 다 읽고 독후감을 어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요약집을 다시 요약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낯설었지만 알고 나니 흥미로웠던 철학자 두 분만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469~1527


정치는 도덕으로부터 구별된 고유의 영역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상가이자 정치철학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인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정치의 문제를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이 이야기하는 도덕·윤리학적인 이상주의, 원칙론의 영역에서 분리하고 현실 세계로 가지고 내려옴으로써 근대 정치학을 탄생시킨 원류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군주론》 《로마사 논고》등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이탈리아는 지금과 달리 도시국가로 나눠져 있었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외교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그는 직위를 박탈당하고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후 추방되었다. 이 고문 방법이 참 잔인했는데 팔을 등 뒤로 결박해 건물 지붕 위에 설치된 도르래에 매달아 공중으로 높이 들어 올린 후 뚝 떨어뜨려 탈골을 유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고문을 스트라파도라고 하는데 마키아벨리는 여섯 번이나 당했다.



나는 뜨앗(!)했다. 하지만 그는 의연하게 받아들였고 심지어 이에 관한 소네트(14행의 짧은 시)도 몇 편 썼다. 그렇게 당하고도 자신의 조국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새로운 통치자에게 《군주론》을 지어 바치고 일자리를 되찾고자 하지만 가차 없이 무시당한다. 이 사람 뭐야? 신기하고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책장을 뒤적였다. 독서는 꼬리물기 식으로 이어진다. 같은 시대에 살던 두 명에 관한 책을 이어 보려고 한다. 군주론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759~1797


그녀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편소설, 논문, 여행기, 프랑스 혁명사, 지도서,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했다. 기존 사회 관념에 도전하며, 여성의 교육적·사회적 평등을 주장하였다. 대표 저서로 《여성의 권리 옹호》가 있다.



메리는 가정교사와 학교 교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33세의 독신 여성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던 그녀는 혁명의 폭력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점에 홀연히 프랑스로 떠난다. 마침 루이 16세가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쯤 도착해서, 창문 밖으로 왕이 단두대로 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공화주의자였던 메리이지만 막상 의연한 모습으로 처형당하는 왕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왕이 처형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프랑스가 영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고 프랑스 내 영국 국적자들은 첩자 또는 반혁명 주의자로 몰려 투옥이 된다. 프랑스 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던 자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데 당시 프랑스 혁명주의자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분간 능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다행히 메리와 그의 친구들은 살아남았고 메리는 《프랑스혁명의 기원과 전개에 대한 역사적·도덕적 관념》을 통해 공포와 광기 속에서 결국은 이성과 평화의 정치가 살아날 거라는 희망적인 관점을 설파한다. 세상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었으나 그녀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책을 출간한지 1년이 지났을 때 그녀는 두 차례나 자살을 시도한다.



그 후 무정부주의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을 만나 행복을 되찾나 싶지만 첫 딸을 출산하는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때 낳은 딸이 바로 읽어본 적은 없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그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근데 페미니즘 사상의 어머니로 불린다는데 나는 사실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상대가 누구든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건 늘 말해왔던 터라 이미 실천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메리는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프랑스혁명을 해석했는데 결혼과 가족 같은 제도에서 비롯되고 있는 여성 속박이 기존 정치적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인데 그녀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여성의 사회적 태도를 정치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가 살던 시대와 달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많이 향상되었고, 오히려 역차별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잡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렇듯 성차별 문제는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알고도 모른척해왔거나 정말 몰랐던 부분들은 배우면서 서로 조정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철학자 30인을 10페이지씩 할당해 짧게 설명해놓았기에 그들의 사상을 배우기 위한 맛보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심 없어하는 분에게는 추천하기 힘들겠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정치와 철학이 아니기에 읽어두면 삶의 자양분이 되어 결정의 순간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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