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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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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된 후, 엘리엇 페이지가 책에서 언급한 타 배우와의 성관계 내용으로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스스로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풀어내는 이야기들에는 분명 자극적인 지점들이 있으나 그런 에피소드들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의 존재 의미가 흐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개인의 삶에서 하고 있는 연기가 이미 나를 숨 막히게 하고 있는데 스크린에서도 연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 큰 압박이었다."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애초부터 알았다는 엘리엇은 처음에는 레즈비언으로, 그 다음에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커밍아웃을 하며 할리우드 사상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 배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커밍아웃을 한 뒤, 충격적이게도, 세상은 끝나지 않았고 내 삶은 나아졌다. 나는 가슴 주머니에 그 경험을 추천서처럼 넣고 다닌다. '이 일을 해냈으니 세상에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효과는 있었다."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매일은 어떤 것인지, 특히 내가 아닌 삶을 연기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린 나이부터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었는지 털어놓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안타까움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기도 하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전력을 다해 살아남은 그의 용기가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퀴어하다는 이유로 혈연을 나눈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너무나 많은 이 세계에서, 나는 줄리아, 그리고 내가 선택한 가족들의 존재가 고마울 뿐이다. 그들이 없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테니까."

살과 피로 연결된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냉정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나와 전혀 관계가 없어보였던 사람이 나를 구원해주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삶이란 참 불가사의하다.

스스로 변하는 중이고, 자라는 중이고, 이제 시작이며, '처음으로 내 인생을 살고있다'고. 어떤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뒤에 올 사람들에게 가느다란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메세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를 다루는 번역가로서 성별대명사,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금기표현 등을 세심하게 고민하여 우리말로 옮겨주신 송섬별선생님 덕분에 불편함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 고민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일, 어떤 사람을 언어로 정의 내리는 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멋진 옷을 입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수없는 밤을 지새우셨을 출판사분들의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 하여 책을 펼쳐들 때마다 감탄과 짠함을 동시에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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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나라의 앨리스 지식곰곰 14
리샤르트 타데우시에비치.마리아 마주레크 지음, 마르친 비에주호프스키 그림, 김소영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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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말이 일상 속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시대이다. 챗GPT와 대화하고,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면서도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묻는 아이의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해줄 수 없었다.

이 책이 있으니 이제 아이 앞에서 어깨를 펴고 좀 더 당당해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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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앨리스네 집에 바시아라는 이름의 로봇이 오면서 시작된다. 복잡한 수학공식이나 역사적 사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하는데 너무나 쉬워보이는 이족보행에 서툰 바시아의 모습에 앨리스의 호기심이 싹을 틔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삼촌과 함께 앨리스가 가진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는데,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의 역사
-일상 속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법
-인공지능, 친구인가 적인가?
-인공지능 세계를 모험하는 방법
-인공지능 궁전에 들어가자

목차만 훑어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꼼꼼히 인공지능의 전반적인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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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튜링테스트, 알파고와 사람의 대결, 빅데이터, 딥페이크, 머신러닝, 퍼지논리, 러다이트 운동 등 어려운 내용이 제법 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과감히 넘어갔는데, 인터넷 연결망의 개념이나 아바타, 서버, 알고리즘 등 아이들이 게임하면서 많이 들어봤던 용어들은 관심을 갖고 집중해서 읽었고 '아아~!! 이게 그거구나'하는 감탄사도 몇 번이나 들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라도 미래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프로그래머도 될 수 있다'는 내용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첫째에게 철학, 수학, 지식공학 부분을 짚어주며 찬물을 끼얹은 순간은 조금 미안했다.

겁많고 걱정많은 둘째는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도 반란 명령을 기록한 코드가 입력되어 있지 않아서 할 수 없다는 내용에서 크게 안심하는 듯 보였다.

세상을 즐기고, 사랑하고, 꿈꿀 수 있는 사람과 어렵고 복잡한 주어진 일을 순식간에 빠르게 처리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의 미래 주인공들이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를 알아보고 로봇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없이 그 세상을 맞이하는 데 이런 책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대하지만 나의 의지는 없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내가 만약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바로 사람에 대한 부러움일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의지라는 점을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뜻깊은 독서경험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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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계시록 YA! 18
박에스더 지음 / 이지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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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매력적인 소설을 써내는 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든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진정한 해방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더 이상의 인공지능 개발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원의 계시록]에서 박에스더 작가님은 '산'이라는 자연의 이미지를 끌어와 인공지능과 미래사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신다.

작가님이 언젠가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 어디서나 한라산이 보이는 광경이 신기해서 '시선 끝에 항상 산이 걸려 있는 도시의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라고 한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인공 지능과 미래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나가다니 작가님의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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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씨가 그랬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우린 지금도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잖아. 그렇지?"

"이미 인간은 정원과 함께 살아오고 있었는데. 없애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을 택할지의 문제였다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지."

"그 어떤 미래도, 우리의 현재를 끝낼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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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기술을 폐지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미래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최선의 선택을 하는 중이(라고 믿는)다.

그 선택이 가져올 미래는 그래도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기를 희망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울과 여래, 사유와 파란이 살아갈 '새로운 세상'에 봄의 산이 언제까지고 푸르르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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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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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 동화의 내용이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봤을 때 말도 안되게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왕자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 한마디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가 그렇고, 나뭇꾼과 사슴의 계략(?) 때문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상에 묶여있던 선녀가 그렇다.

송시우작가님은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에서 발언권을 잃은 인어공주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납치되어 불행한 삶을 살던 선녀에게 무죄를 선고해준다.

이런 식으로 고전을 다시 쓴 소설들을 읽으며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번 소설집은 주인공들이 속한 사회가 '관념의 격변'을 겪으며 현대식 '사법 체계'를 갖게된다는 신박한 설정 속에서 법정 드라마를 보는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는 점이 매력이다.

거기에 누가 사건의 범인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문 감식, 시체 검시, 변호사와 검사의 증인 심문 과정을 따라가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록된 모든 작품이 고전을 재해석한 법정 미스터리 소설인 것은 아니다. <누구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에서는 평범한 대기업 과장인 임기숙씨와 반려견 타미가 등장하여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을 해결한다.

작가님의 첫번째 소설집에서는 대리로 등장했던 인물이라고 하는데, 탐정인듯 탐정아닌 탐정같은 묘한 캐릭터이다. 이번 서평단 활동을 통해서 매우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앞으로 작가님의 다른 소설에서도 계속 활약상을 접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작가님이 집필과정에서부터 가장 많은 고민을 거친 작품이라고 밝히셨다.

송시우 작가님을 처음 접하게 된 책인데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가볍고 따뜻하고 조금은 웃기는 이야기부터 '사회파'로 분류되는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까지 작가님이 다채롭게 들려주시는 이야기 잔치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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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어떻게 굴뚝을 내려갈까?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0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서남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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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집에 들어와요?˝ 아이들이 언제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상상력을 발휘해 두 작가님과 즐겁게 놀다보면 크리스마스의 본질까지 생각하게 된다. 언제나 놀랍고 재미있고 즐거운 두 작가님의 그림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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