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렴
코리 도어펠드 지음, 남은주 옮김 / 북뱅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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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도어펠드 작가님의 <가만히 들어주었어>는 내가 가장 아끼는 그림책 중 하나이다.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아이 마음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충고를 해주고 싶을 때마다 책 표지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이번에 만난 <가만히 들여다보렴> 역시 내 최애 그림책 책장에 바로 한 자리를 차지했다.

표지 속 주인공 꼬마 핀은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설득에 못이겨 숲 속 산책에 나서고 다양한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키 큰 나무는 땅 속 깊숙이 자라는 뿌리를, 고요한 물은 펄떡이는 다양한 생명체를, 새 둥지는 아기 새들이 곧 깨어날 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사람 역시 -다른 자연물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 이상을 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와, 웬만한 어른들보다 생각이 깊다!)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 "그리고 말이다. 핀. 네 마음을 절대 모를 것 같은 사람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렴. 어쩌면 그 사람이 바로 네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니."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진흙탕에 비친 어떤 모습을 떠올려보자. 너무나 일그러지고 불투명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시간을 두고 가만히 바라보면 어느새 진흙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조금은 맑아진 수면에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가 보일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진흙이 가라앉기 전의 모습만 보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닮음과 다름을 축복하는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책. 영어 원제인 'Beneath'가 의미하는 것 처럼, 우리가 보는 표면 아래에 더 많은 것이 있음을 속삭여주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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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혹적인 어원 인문학 여행,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동섭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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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의 잡티를 날려보내는 키질에서 나온 '까불다', 명태가 새끼를 많이 낳는데서 비롯된 '노가리 깐다'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의 기원을 살펴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어떤 단어나 표현이 만들어진 상황이나 기원을 살펴보면 기억하기도 쉽고 좀 더 정확하게 그 표현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영어 어원을 통해 영어 학습을 돕고자 하는 학습서적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어에 관심이 많아서 콜린스 영어사전 편집자가 영어어원에 대해 쓴 책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래도 영미권 독자들에게 익숙한 내용이 많아서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한 '한국인 맞춤 어원 교양서' 를 드디어 만났다. 프랑스 언어학, 문화인류학, 신화학, 라틴어 등을 강의하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어원 전문 언어학자인 김동섭 교수님이 집필한 영어어원책 <1일 1페이지 영어어원 365>이다.

19세기에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영국 신사가 맛있게 먹은 생선발표 소스인 '꾸에찌입'이 토마토를 베이스로한 '케첩'이 되고, 중세 유럽 군인들의 팔 보호대인 브라시에르가 여성 속옷인 '브래지어'로 재탄생하고, 누르거나 완화시킨다는 뜻의 산스크리스트어 '샤파티'가 '샴푸'가 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역사, 문학, 신화, 사회, 경제, 음식, 과학, 종교 등 우리 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의 숨겨진(또는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이야기들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만날 수 있다.

단어 하나가 품고 있는 깊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아~ 그런 뜻이!', '우와 이건 정말 몰랐네!'하며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기쁨이 절로 느껴진다.

하루에 1알씩 먹는 영양제처럼 하루에 1단어씩 내 마음의 비타민이 될 책을 만나서 정말로 기쁘다. 하루에 1꼭지씩 읽어야 1년 동안 이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텐데 한 번 책을 펼치면 '과다복용'의 유혹에 몇 번이고 넘어가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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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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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으로 된 책 중에서 1권만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끝난다. "단단한 밑창이 바닥을 디디는 소리가, 삐걱거리는 구두 소리가 났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음... 저기요? 여기서 멈추시면 안돼요!ㅠㅠ

리벤지 포르노 범죄 가해자의 형량을 늘리고 피해자의 익명을 보장해주는 (너무나도 당연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된 주인공 엠마는 겉보기에는 매우 성공적인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과 협박 문자에 시달리고, 결혼생활도 깨지고, 너무나 바쁜 엄마라서 당연히 딸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이 와중에 딸 플로라는 유명인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엄마의 정치인생을 끝장낼 수도 있는 사건의 중심에 서고, 엠마과 잠시 관계를 가졌던 기자 마이크도 엠마를 아주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하원의원으로서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의지가 아주 강한 주인공 엠마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자꾸 마음이 가는데... 자꾸만 안좋은 일이 그녀에게 일어나서 가슴 졸이게 되는 이야기였다.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다고?를 자꾸만 외치게 되는데 이상하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공인(특히 유명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느 정도까지 강화되고 그 사람, 그리고 그 가족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우울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이 밝고 힘을 주는 내용은 아니라서 은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고, 그래서 2권이 없는 것이 다행스럽다가도... 책 뒷표지의 "끝까지 의심할 것, 당신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권력, 비밀, 야망, 폭로 그리고 반전"이라는 문구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1권의 이야기가 굉장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겠지.

서평단 자격으로 가제본 책을 읽었고, 2권에서 이어질 법정스릴러를 놓칠 수 없다. 주문하러 갑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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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자동차 자음과모음 어린이 미래탄
이명희 지음, 정민호 그림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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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탑승체험을 한 적이 있다. 목적지를 말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알아서 피하면서 스스로 움직이는 차를 보고 아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동차 내부에는 다양한 센서가 인식하는 화면이 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봤던 게 이거였구나!하는 아하!모먼트를 느꼈다.

책을 다 읽었다고만 하지 책 내용이나 재미있었던 장면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대답을 잘 안해주던 아이가 이 책은 읽으면서 나에게 설명을 쏟아냈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서 돌아오는 시간 차이를 재서 물체를 알아보는 것이고 자세한 모습을 알아볼 수는 없대. 라이다는 빛을 이용해서 물체를 알아보는데 너무 비싸지만 대신 작은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어서 두 가지를 같이 쓰는 거래."라고.

집에 가스불을 켜고 온 것 같은 불안함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있는 커넥티드카에서 제어할 수 있고, 스마트 도로나 스마트 주차장과 정보를 주고받는 자동차들이 사고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며, 로봇자동차가 택배나 배달음식을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 눈이 점점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자율주행자동차가 많아져서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 몰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아이.

장밋빛 스마트시티의 모습이 주로 담겨있지만 자율 주행 기술이 고민해야할 윤리 의식,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바뀔 우리의 일상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책날개에서 '미래탄 시리즈'의 또 다른 이야기인 '비행슈트'를 보고 꼭 사달라고 해서 바로 주문도 했다는 뒷 이야기... :)

근간 소식을 보니 우주, 드론, 미래 농업까지 새로운 과학 기술이 바꾸어 놓을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리즈라서 아이와 쭉 함께 따라가며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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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패션, 오늘은 쓰레기! 패스트 패션 통합교과 시리즈 참 잘했어요 과학 31
이명희 지음, 뿜작가 그림, 서울과학교사모임 감수 / 아르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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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사에서 초등 교과 과정에 알맞게 개발한 통합교과 정보서인 <참 잘했어요 과학>시리즈 중 '어제는 패션, 오늘은 쓰레기! 패스트 패션'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이 쑥쑥 자라는 아이 덕분에 철마다 옷을 사게 되는데, 솔직히 그동안 가장 우선시했던 요소는 가격이었다. 싼 가격에 적당히 입히고 헤지면 버리거나 괜찮으면 둘째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에서 옷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모습을 보아도 당장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라서 해결이 시급한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면도 있다.

이 책은 116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많이 두껍지는 않지만 옷과 패션의 탄생부터 패스트패션과 그 부작용을 알아본 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노력들까지 패션산업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아이가 패션이라는 주제를 역사, 환경, 사회, 동물권 문제 등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날이 추워지면서 마침 롱패딩을 주문했는데, 새 옷을 입고 너무 가볍고 따뜻하다고 좋아하던 아이가 옷장의 옷을 가리키며 저기에 거위의 가슴털이 들어있는 거냐고,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년부터는 RDS인증 상품을 찾아서 구입하거나 대체충전재가 들어있는 옷을 알아보기로 했다.

선인장 가죽이나 버섯 가죽 등은 아직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소재이지만, 폐 현수막아니 폐 방화복 등을 이용해 만든 가방이나 주머니를 아이와 함께 구입하는 경험도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안쓰는 물건을 기부하기만 했던 아름다운 가게나 당근마켓을 통해서도 상태가 괜찮은 옷들을 구입해서 입는 모습도 같이 실천하면서 '독서'가 '경험'이자 '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신경써야겠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진작 실천했어야 하는 일들인데 이번 기회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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