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와 생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결과물

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사후세계에 대한 질문이다.

버지니아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 행동과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50년 전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고' 실려온 환자가 당시에 다른 방에 있던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했던 말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을 듣고 '임사체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비교 분석하고,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이 이후에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긍정적인 측면과 후유증까지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

자칫, 믿을 수 없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위주로 독자들의 흥미만을 자극하기 위한 이야기 묶음집이 될 수도 있는 주제인데 '과학과 영성이라는 두 가지 믿음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정신은 뇌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11장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정신이 뇌와 별개라는 개념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 정면 충돌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뇌가 어떤 생각을 만들어내기보다 처리하거나 걸러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뇌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정신이 계속 작동할 수도 있다는 뜻일까?'와 같은 질문으로 전통적인 영역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 의식이 죽음을 뛰어넘어 지속될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과학적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꾸준히 연구한다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괜히 짜릿하다.

무엇보다도 임사체험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자살을 방지하고, 비통에 빠진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에 몰입하도록 도울수 있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고 하니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스스로 힘을 갖고 나를 돌보는 힘의 중요성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ㅣ 발견의 첫걸음 6
박은지(데조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학교 폭력, 묻지마 폭행 등 불시에 닥친 불행에 휘말려, 그저 평범한 삶을 살던 선량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는 일이 요즘들어 더욱 빈번히 일어나는 것 같다.

워낙 흉흉한 소식이 자주 들리다 보니 학교 폭력 뉴스를 보면 아이 걱정,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에 대한 뉴스를 보면 여동생 걱정, 묻지마 범죄 뉴스를 보면 퇴근이 늦어지는 남편 걱정... 그리고 어두운 밤길을 걷다보면 내 자신의 안전까지도 걱정될 때가 있다.

지금까지는 '자기 방어'라고 하면 무에타이나 호신술 같은 격투기를 떠올렸는데 작가님은 '자기', '방어', 훈련'이라는 세 가지 열쇳말에 각각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남의 시선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그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훈련하는 것>으로 장기방어 수업을 정의하셨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몸과 소통하고 내 감정을 살펴본 후 침착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가능한 상황을 생각해보고 상황별 대응을 다이얼처럼 그려보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능숙해지고 공동체에서 협력하는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담고 있어서 '한 권의 책이 이렇게까지 알찰 수 있음에'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어떤 일이 닥칠지 미리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일이든 그것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는 내가 결정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스스로 힘을 갖고 나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내 인생의 '업'을 찾는 과정

꼰대 기질 완벽 제거한 거를 것 없는 직장상식 - 위풍당당 살아남는 월급쟁이를 위한 냉철한 직장생활 지침서
조세형 지음 / 팬덤북스 / 2023년 11월

일을 시작한지 1N년차. 마음은 아직도 신입인데, 어린 후배들의 언행에서 가끔 뜨악하고 놀랐다가 '나 꼰대인가?' 자문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직장생활 10년, 젊은 꼰대를 탈피하는 4가지 방법
-회사에서 우리 팀이 좋은 팀인지 아는 방법
-왜 회사에서는 악마 같은 사람이 잘 나가는 걸까?
-'조용한 퇴직'을 위한 단계별 실천전략
-내 직업에 수식어를 붙이자

목차만 훑어보아도 공감되고 궁금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직장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 맞아'하고 조용히 맞장구를 친다.

'회사에 속한 직장인이지만, 개인을 위해서 일하라'는 마인드를 근본적인 직장인 마인드로 꼽는 저자의 메세지에 동의하고, 회사가 시키는 것 뿐 아니라 주도적으로 내 삶에 도움이 되고 그 다음 회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찾고 발전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업'을 찾아나가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

박물관 행성 1 -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모아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을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행되어야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이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박물관 행성, 아프로디테는 지구와 달 사이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소행성을 낚아와 만든 인공 천체이다. 이곳에 푸른 숲, 넓은 바다, 변화하는 계절, 수많은 동식물 등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수집해놓았다.

이 곳을 관리하는 다카히로는 끊임없이 예술품을 다루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이처럼 너무나 바쁜 학예사들의 일상 속에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아름다움과 예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에 1권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SF작품의 특성상 시대반영이 조금만 비껴나가도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이 넘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낡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

좋아하던 예술에 둘러싸인 학예사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직업이든 한 겹 들춰보면 지긋지긋한 일들에 둘러쌓여 있다는 점도 시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가상공간이 점점 현실로 영역을 넓혀가는 요즘, 실물이 아닌 데이터로 존재하는 예술품이 정말로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이든 우리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이라는 끈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아름다움과 인간, 그리고 자연과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프랑스 대학 미술수업을 청강하는 기분으로 읽은 책

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미술 창작이 주는 환희, 감상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우리나라에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오던 중, ...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을 개설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특별히 재밌게 다루고 토론했던 주제들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학생비자를 받고 프랑스로 날아가 치열한 유학생활을 통해 배우고 느낀 소중한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열망이 한 권의 책에 꽉꽉 담겨있었다.

에드바르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애니시 커푸어, 쿠사마 야요이 등 (나에게는) 조금 생소했던 예술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미술교양 책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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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대 미술, 어쩌다 지금의 모습까지 왔을까', '현대미술에는 왜 <무제>가 많을까', '영감일까 표절일까? 그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친구들' 등 늘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에 대한 챕터들이 인상 깊었다.

"조각은 오브제가 아니다. 물음을 던지는 것이며, 질문하는 것이며, 대답하는 것이다. 조각은 끝내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완벽한 것도 아니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프랑스에 가면 꼭 직접 보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가 '자코메티'의 <걷는 남자>였는데 자코메티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위태로움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볼 수 있었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작품에 녹여낸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책 제목이 <그림 읽는 법>이어서 미술 감상을 위한 어떤 공식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지 궁금해졌는데, 너무 많이 봐서 유명했던 작품들도 '아~ 그래서 그런건가?'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키워주는 책이었다.

'예술산책' 유튜브 채널도 구독완료햇지만, 앞으로도 계속! 책의 형태로!! 미술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비법(?!) 노트들 조금씩 펼쳐서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