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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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임플란트 구독 기간 종료까지 1개월. 연장하시겠습니까?"

광고없이 유튜브를 보고 싶어도, 좋은 화질로 넷플릭스 영상을 보고 싶어도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형편이 어려우면 광고나 저화질 영상의 불편함을 견뎌야한다. 하지만 그 부족한 돈이 가리키는 곳의 내 삶의 끝이라면? 돈이 없어 내 심장이 멈추는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끝을 맛본 것 같다. 버디(개인의 비서이자 몸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두피에 새기고 병든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바꿔가며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보편화 된 시대. 그 혜택을 누리며 100세가 넘어도 2,30처럼 살 수 있다니 유토피아 아닌가 싶지만 이러한 삶이 가능하려면 매년 천문학적 수준의 임플란트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몸 안에 새겨진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노화란 세금과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건지도 몰랐다.(111쪽)

🔖돈이 얽히기 전에 배우는 모든 명제는 거짓이다. 수학 교과서에서는 '2+2=4'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자나 주가 변동, 혹은 주인장의 변덕 등에 따라 얼마든지 5나 6이 될 수 있는 것이다.(226쪽)

구독료를 지불할 수 없어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함께해주고 받은 유산으로 자신의 생을 이어가던 유온은 '그동안 삶의 마지막을 숱하게 연습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일들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고, '지금의 나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성아가 있다.

"혹은 사랑과 의심은 한 몸이고, 그 불확실함을 껴안을 때 희미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문보영 시인님의 추천사에 기대어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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