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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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동안 등하교길을 함께 걷다가 학교 쪽문 옆 작은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를 만났다.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찍이 간식 캔을 부어주거나 작은 컵에 물을 채워놓고 지켜봤다. 시간이 갈수록 길냥이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고, 우리와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캔사료를 먹는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던 날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던 작가는 우연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대한 전단지를 읽고 그 곳을 방문했다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퓨마 와이라를 만난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첫날밤을 버틸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그녀였지만 이후 15년 넘게 생추어리에서 불법 야생동물 밀매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적합한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일을 하게 된다. 나는 볼리비아처럼 먼 곳으로 여행할 만큼 용기가 없었다. 볼리비아를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관광지에만 열을 올리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자원봉사를 갈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곳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구본에서도 겨우 찾아볼 수 있는 먼 나라 볼리비아의 어느 정글에서 펼쳐지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고 겪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 책은 야생생물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열악하고 힘든 일인지, 상처받은 동물들이 얼마나 두렵고 혼란스러워 하는지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 산불, 불법 동물 밀매로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은 늘어나는데 자원봉사자는 감소하는 현실을 그대로 알려준다. 모기, , 기생충, 동물의 똥이 굴러다니는 숙소에서의 생활 등 물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때로는 두려움에 움츠러들고, 사람과 동물이 맺을 수 있는 깊은 우정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상처받고 비뚤어진 퓨마의 허세부리기, 하악거리기, 으르렁대기가 결국 사람들의 미소 짓기나 괜찮은 척하기와 같은 대처 방식임을 깨달으면서 와이라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교감을 나누고 치유받는 로라의 모습이 주는 울림은 크고 깊었다.

 

귀여운새끼 퓨마가 귀여운짓을 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지는 일이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본 적 없다.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나날이 성장만을 거듭하는 불법 야생동물 거래가 사라지기를. 로라가 파르케는 번성중이고, 열성적인 봉사자들이 넘친다는 말로 책을 끝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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