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 왕은 숨고 백성은 피 흘리다
나만갑 지음, 서동인 옮김 / 주류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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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얼마 전 남한산성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했다. 더욱이 연기력이 뛰어난 인기배우들의 출연과 많은 투자가 어우러져 충분한 흥행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흥행실패의 원인 중 하나를 대중들은 패배한 역사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영화뿐만 아니라 김훈의 원작소설 남한산성을 읽을 때에도 같은 심정이었다.

그럴까? 패배한 역사를 외면한다고 해서 잊혀질까? 아니다 외면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우리들 가슴에 낙인처럼 남게 된다. 진짜 잊는다는 것은 그 패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갈 때 진정 잊을 수 있다.

패배를 잊고 싶은 그런 당신에게 [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를 권한다.

조선 인조때 여러 요직을 거쳐 전란 중 식량을 책임졌던 관량사 구포 나만갑이 쓴 일기형식의 전쟁기록물이다. 부제처럼 왕은 숨고 백성은 피 흘리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나면 헐벗고 굶주리는 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그래서 서애 유성룡은 징비록을 통해 스스로를 경계하고 다시는 이런 참혹한 전쟁이 없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배자들은 자기 반성없이 정치권력획득에 더 열을 올렸으니, 어쩌면 이런 외침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왜란때 그 많던 의병들을 호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과, 글 읽는 중간 중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서도 잘 찾아볼 수 있다.

병자년 항전일기라고 했지만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항전은 없다. 오직 어떻게 하면 빨리 전쟁을 끝내고 등 따시고 배부른 시절로 돌아갈까? 그런 생각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진실로 잘 기억해야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으면 돌아오는 것은 고통과 절망뿐이다. 우리는 뼈저리게 느꼈다. 식민지 36년간 아니 지금 이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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