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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사람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좋든 싫든 그에 대한 기억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 어딘가에는 그 모든 기억을 저장해 놓는 거대한 호수 같은 장소가 있어서,
그 바닥에는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수한 과거가 가라앉아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뜬 아침,
아주 먼 옛날 잊어버렸던 기억이 그 호수의 바닥에서 불현듯 둥실 떠오르는 때가 있다.
파일럿 피쉬--오사키 요시오
이 구절 하나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 '파일럿 피쉬'
어떤 리뷰에서 그랬던 것 같다.
라디오를 듣다가 이 구절이 나왔는데,
도대체 어떤 책일까 계속해서 찾아다니다
결국 이 소설을 만났다고.
그만큼 마음에 직격탄을 놓았던 구절이랄까..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건
주인공의 친구인 모리모토가 말했던 '꼬리가 잘린 개' 이야기이다.
남자 주인공인 야마자키가 끝에 그 장면을 되뇌이던 것이
여기서 그게 왜 생각이 났을까..?
라고 의아해했는데
며칠 전 문득 잠에서 깨었는데 그 구절이 계속 생각나버렸다.
지금은 이렇게 잊었지만
갑작스레 내 눈앞에 나타난다거나 연락이 된다거나
해서 그 시절의 감정이 새록새록 나타나
'너는 역시 내 인생의 파일럿 피쉬같은 존재였다고.
역시나 나는 너를 놓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시작할거라고'
이 지랄을 떨지는 않을까?
'문뜩 떠오른 기억이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사실은 잠시 가라 앉아 있었다고,
잠시 잊었였지만 역시 잊을 수 없어.'
라고 말이다..
[아마도 않겠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또
사람을 변하게 만드니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건 이미 개의 잘려버린 꼬리부분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기억은 기억일 뿐.
그것은 이미 과거로써 끝나는거라고.
되돌릴수는 없는거라고 작가는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 어느 한 순간에는 나에게 있어 '파일럿 피쉬'같은 존재였지만,
이미 잘려버린 꼬리를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것 처럼 닿기위해 빙빙 도는 모습속에서
그것은 기억속에서.이미 과거속에서일 뿐이라고.
인연이라는 것이 끝이 아닐지라도
그 시절이 되돌아 오지는 않는다고.
아마도 그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련'이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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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솔직히 남자주인공은 너무 갑갑스런 존재랄까..
첨엔 주인공이 여잔 줄 알았다..
주인공이 저런 구절을 되뇌이는 자체가 뭔가 여성스러워서.
근데 읽다보니 남자주인공이네-_-
여자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옛 연인이라고 전화온게 또 여자고..
어..이 소설 머야-_-? 하고
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이거 남자 주인공이야..
난 이런 인간들이 조금 취향(?)이긴 하지만,
그건 역시나 난 여자주인공처럼 한 번 사다리를 올라가 버리면
뒤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만나보면 우유부단하고 꿈도 없고,의지가 약하고..
첨엔 돌봐주고싶어~라지만 몇 달 만나보면
한마디로 때려 죽이고 싶다고 해야하나
이걸 확 그냥 갈아마시고 싶다고 해야하나..-_-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