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누가
읽느냐에 따라 감상이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와 명상이라는 두 축 아래 다양한 갈래의 성찰이 담겨 꽂힐 만한 포인트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요리 자체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는 거리가 멀고, 숨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는 더더욱 도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스파크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었다. '무언가가 되기 위한 삶'을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원래의 길로 회귀한 내게 작가가 추구하는 삶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상과
현실의 기로와 그 속에서 경험하는 무한대의 무기력. 작가에게도 이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닐테다. 그러나 그녀는 "무엇이 되기 위해 애쓸 필요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된다"는 이야기로 현실이 곧 이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자를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건 너무 많은 기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 아닐까. 완전한 이상도 없고, 완전한 현실도 없지만 100%의 만족 혹은 크나큰 성공을 꿈꾸기에 선택이 더욱 어려웠던 것도
같다. 삶에 경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각각의 삶은 저마다의 모습을 지닌다. 그렇기에 획일적 모습은 '으레 그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다. 이렇듯 생각이 꼬리를 무는 과정에서 작가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간만에 형용하기 힘든 책을
만났다. 마땅히 설명할 만한 언어를 찾기도, 추천의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기도 난감하다. 그저 넓고 깊은 사유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는 책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을 읽고 여운이 남은 이들은 작가가 상주하는
'시옷'에 방문해도 좋겠다. 연희동에 위치한 '시옷'은 작가가 딸과 함께 꾸린 공간이다. 저서 <평화가 깃든 밥상>을 구현하는
공간이자,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일주일에 딱 한 번 예약한 손님에 한해서만 평화가 깃든
'평밥'을 판매한다고. 식단은 문성희 씨와 딸이 협의를 통해 정하기에 메뉴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단다. 종종 연희동에 가지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슴슴한 자연 밥상을 좋아하기에 한 번쯤 들러 평밥을 맛보고 싶다. <문성희의 밥과 숨>을 통해 '숨'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느꼈으니 '시옷'에서 '밥'을 통해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