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짓,말 - 결코 시시하지 않은
유세윤 지음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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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진실 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결코 시시하지 않은 페이크 에세이 <겉짓말>을 만나다.

 

 

 

잘 지은 제목 하나 책을 먹여 살린다-

내게 좋은 제목이란 책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지 유추하다보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이름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쩌면 책에 있어 그 중요도가 더 높은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참 좋아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훌륭한 제목은 단연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서술 어디에도 달과 6펜스가 등장하지 않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 제목이 너무나도 절묘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제목에 집착하는 독자가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책을 출판할 때 제목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처음 <겉짓말>을 접했을 때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겉짓말'이라는 단어는 1차적으로 거짓말을 연상케한다. 페이크 에세이라 소개한 이 책의 장르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이 아닌, 혹은 진실 같지만 진실이 아닌 듯한 묘한 줄다리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제목을 구성하는 세 음절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겉'이 유세윤의 드러난 모습 뒤에 숨겨진 비밀들을 뜻하고, '짓'이 그의 행동들을 의미한다면 '말'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지칭한다고 한다. 이렇듯 다의적인 제목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풍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하고, 또 작가의 의도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책에는 선뜻 손이 갔던 이유다.





"나… 눈물 나오는 약 좀 구해주라."

"급한 거냐?"

놀랍게도 눈물이 나오는 약은 존재했다.
그 약의 이름은 sochani-TR.
- <겉짓말> 74쪽






sochani-TR이라는 약 이름을 보자마자 웃음이 새어나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다. 처음에는 소찬휘의 Tears를 연상케하는 작명이 재기 넘친다는 정도에 생각이 미쳤지만, 에피소드를 읽어 나감에 따라 대중에게 SOS를 보내야만 했던 당시의 어려움이 피부로 다가오는 듯했다. 당시 라디오스타 본방을 보면서 목격했던 그의 눈물에 짐짓 당황하면서도 그러려니 넘어갔었는데, 문득 아픔마저 소비되는 그들의 일상에 숙연해졌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특별한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느껴진 건 이 책을 관통하는 외로움의 정서 때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혼자 느끼는 감정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다 같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사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연예인도 그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정체 모를 공감대가 형성된다.





나는 이렇게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그럼 그렇지,
한동안 많이 뜸하다 했네요~
어서 와요~"

"아이고~ 이번엔 왜 이렇게 또 금방 오셨대?"
- <겉짓말> 167쪽






한 번 집어든 책을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어 내린 건 2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두께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짧은 호흡으로 잘 엮어내 읽기에 편했고, 생동감 넘치는 서술 덕분에 흥미진진한 감정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를 집중시켰던 것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쿨하게 적어 내린 활자 속에서 발견한 유세윤이라는 사람이었다. '페이크 에세이'라는 낯선 장르를 택한 게 처음엔 의아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어내렸다면, 또 슬픈 사연이라 하여 눈물 젖은 톤으로 풀어냈다면 오히려 그저 읽고 지나쳤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익살 속에서 그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꺼내 놓았고, 그 과정에서 그의 삶에 한발짝 다가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코 시시하지 않은' 에세이를 표방했지만, 시시하지 않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꽤나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삶의 굴곡을 담고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끝없는 무게나 우울감과는 거리가 멀다. 최고의 개그맨 자리에 오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적절한 선을 지키며 책의 전체적 분위기를 몰랑몰랑하게 만든다. 화룡점정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아들 민하에게 쓴 에필로그로 글을 매듭짓는데, 이러한 배치는 모든 이야기의 끝에 아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의, 굉장히 인상적인 마무리였다.



나름 개그콘서트에 나와 "칼라파워!"를 외치던 시절부터 저자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책의 출판이 한편으론 믿기지 않는다. 처음 출판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꽤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 아니, 유세윤이 책을?! - 그렇지만 일단 첫 페이지를 펴면 궁금증이 생겨 끝장을 볼 수밖에 없다. 기분이 좋은 사람에게는 즐거운 익살이 되고, 우울한 이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며 무념무상인 이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완독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잠시 시간 내어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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