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잘라 말해서 노동 계급은 문화적 계층이 아니라 경제적 계층이다. 따라서 오늘날 영국의 노동계급 안에는 다양한 인종이있다. 젊은 사람도 있고, 늙은 사람도 있다. 공영 주택에 사는 사함이 있는가 하면, 집주인에게 방을 빌려서 사는 사람도 있다. 이민자도 있으며, 영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있다. 즉 노동 계급 안에는 상당한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겪은 공통의 경험이 이들을 같은 계급으로 만든다. 이들이 겪은 같은 경험이란 보수당의 긴축 재정으로 공공서비스와 복지가 삭감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노동조합의 약화로 기업의 힘이 비대해진 현 상황에서 악화된 고용조건과 임금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점 등일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이민 노동자라 여긴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로 - P269
일하는 동유럽 출신의 한 여성(아들 친구 엄마)이 "나는 노동 계급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아무리 봐도당신은 노동 계급 한복판에 있는데요?‘라고 생각되는 이런 사람들이 "나는 영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계급이 아니다"라든가, "나는 선술집에 가지 않기 때문에 노동 계급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계급을 경제적 계층이 아닌 문화적 계층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착각하도록 만드는것은 정치 세력과 언론이다. 노동 계급은 백인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다. 흑인, 파키스탄인, 인도인, 중국인, 필리핀인 등이 포함되어 있고, 유럽 전역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면 우익 정당UKIP의 전 대표 나이절 패라지의 "이민자는 노동 계급의 적" 같은 언설이 널리 지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보수당은 EU 탈퇴는 중상류 계급과 노동 계급의 문화 투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보수 성향 연구소인 온워드에서는 "유권자들은 자주, 자립이나 선택 가능성 혹은 계급 간 이동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과 가족, 친지, 영국의 기업을 근대적인 세상으로부터 지키고 싶어 한다"라고 보수당에 조언한 적이 있다. 최근 몇 년간 ‘뒤처진 사람들‘로 주목받은 노동 계급은 사회가 변하는 속도와 세계화가 초래한 공동체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사람들로 끈끈한 유대감이 있던 ‘좋았던 옛날‘을 추억하며 노동계급의 가치관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 P270
하지만 요즘의 노동계급 아저씨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왓츠앱 같은 SNS를 즐기며, 밀리 다른 나라에 사는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져 수줍어하기도 한다. 그들이 특별히 시대 변화와 세계화를 못 따라가서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말 그대로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혹은 먹고사는 게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고용 조건이 악화되어 생활수준이 점점 내려가고있다는 것, 즉 자기 발밑의 생활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백인 노동자와 이민 노동자가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인종, 문화, 종교, 젠더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수입으로 일하는 한 경제적인 문제는 공통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노동 계급에 ‘백인‘을 붙이거나 그것을 문화적 계층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가난한 계급의 분열을 조장해 서로 싸움을 붙여두면, 정권과 정치인들 쪽으로 분노를 돌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위정자들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은 예전부터 ‘DIVIDE &RULE(분할과 동치)‘이라 불려왔다. 그렇다면 노동 계급은 UNITE& FIGHT(연대와 투쟁)‘이다. 오, 멋진 라임이잖아! 노동 계급의 세력이 약해진 현대에 바람직한 노동계급의 모습이란 다양한 인종, 젠더, 성적 취향, 종교, 생활습관과 문화를 가진, 그럼에도 ‘돈과 고용‘이라는 하나의 점에서 이어지는 집단일것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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