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비하면 X세대는 수수하다. 두 화려한 세대에 끼어 존재감이 적다. 애초에 흥이 깨진 상태에서 출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세대 의식이나 결속감도 희박하며 지금도 어딘가 뿔뿔이 흩어져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싸우는 사이에 깊숙이 고개를 숙인 채 양 진영의 침이 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육아와 일, 사회의 잡다한 일, 사무적인 일 같은 것을 해내며 담담하게 소박하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세대가 X세대다. 실제로 사회의 중심이 되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나이가 된 세대니까. 나도 일단은 X세대에 속해 있으니 아무래도 호의적인 눈으로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그렇지만, 최근의 영국을보면서 나는 X세대에 좀 더 애정을 느끼게 된 것 같다(보리스 존슨총리도 X세대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는 1964년에 태어났으니 베이비부머 세대의 마지막 해에 태어난 독기 어린 불꽃이라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X세대에 속하므로 이쪽에 관해서는 말을아끼고 싶기는 하다). (5) 2세대를 키운 X세대X세대는 종종 ‘주목받지 못한 세대unsung generation(음지에서 일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대)‘라고 일컬어진다. 베이비부머 세대와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끼어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세대랄까. - P243
존재 자체를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그림자가 옅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어느 시대건 기업은 청년층을 소비자로 설정하고 마케팅을 했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Z세대가 주요 소비자 집단으로 연구되면서 그들을 키운 X세대의중요성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2019년 7월 29일자 블룸버그의 기사 리얼리티 바이츠 백 : 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부모를 보라」에 따르면, 세대동역학센터에서 Z세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제이슨 도시는 Z세대에 관해 "그들은 단순히 밀레니얼 세대의 극단적인 버전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세대다. 그렇게 된 주요한 이유는 부모가 그들을 어떻게 키웠는가에 달려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와 맥도날드, 도요타를 고객으로 둔 그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다음 세대의 노동과 씀씀이, 교육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X세대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걸프전쟁, 챌린저호 폭발 사고등을 목격했다. 그들이 어린이였던 1970년대는 이혼이 급증한 시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점차 글로벌화가 진행되어 경쟁이극심해졌고, 노동 환경도 열악해지는 가운데 이들은 사회인으로서 살아왔다. 그런 X세대의 양육을 미국 라이트주립대학교의 코 - P244
리 시밀러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X세대는 Z세대를 그들 자신처럼 자주성과 자율성이 있으며시니컬한 사람으로 키우고 있다. 그다지 고삐를 죄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준다." "(Z세대는 스스로 답을 찾으려 했다." 조사 결과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맛집이강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직장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2년 이내에 일을 그만두려 한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밀레니얼 세대는 25퍼센트에 달했지만 Z세대(가운데취업한 사람들)는 15퍼센트에 그쳤다고 한다. 또 Z세대는 신중하게 돈을 쓰고, 밀레니얼 세대보다 수입 가운데 많은 부분을 저축하는 경향이 있으며, 민트나 에이콘스 같은 지출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Z세대는 X세대가 그렇듯이 그리 거칠지 않은 세대인모양이다. 아직까지도 와일드 사이드를 서성이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베이비부머 세대, 그들이 키운 ‘와일드하게 부모와 싸우는‘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X세대와 Z세대는 조용한 체념을 품은 채소박하게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세대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P245
영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1960년대의 자유롭고 활기차게스윙하던 향락적인 문화와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정치적으로멋지게 세상을 움직이기는커녕 경제 위기를 일으키고, 이기적이며 쾌락적으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분출된 베이비부머 세대를 향한 비판은 훨씬 이전부터 면면히 이어지던 것이었다. 이 세대는 아직 직업을 가지고 있던 중년 무렵부터 이미 향후 사회에짐이 될 세대로서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EU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이들이 탈퇴 쪽에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머 책임론‘의 기세는 최대치가 되었고, ‘배신자세대"라거나 "자기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손해를 보기 전에 죽을거면서!"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여기에서도 긴축 재정의 영향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제대로 해서 청년들이 거액의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게 하고, 프리랜서나 인턴 같은 무급노동을 하지 않도록 고용 방식을 개혁하고, 외국계 투자자들이영국의 주택을 사들여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청년층이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공영 주택을 많이 짓는 등 청년층이 실아갈 수 있도록 정치,경제적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랫세대가 연장자 세대를 경제적 부담으로 간주하며 미워하거나 "좋은 시절에 섹스도 많이 하고 좋은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라며 질투로 흐려진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 P24950
즐겁게만 산 그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다"라든가 "그들은 다 "‘제멋대로야" 같은 도덕적인 기준을 들이대며 특정 그룹을 비난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는 대체로 "돈이 없으니 즐기고 싶어도 참으세요. 절약하고 검약하며 분수에맞지 않는 일은 포기하고 사는 것이 미덕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사는 음울한 시대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긴축의 시대‘다. 최근 유럽에서는 인종차별과 배외주의 또한 긴축 재정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자기보다 이득을보는 사람‘을 온 힘을 다해 비난하는 것이 긴축 시대를 사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라면, 그 표적은 외국인, 생활 보호 대상자, 싱글 맘등이 될 것이다. ‘좋은 시대를 산 베이비부머 세대‘도 그 한 가지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긴축 재정이라는 놈은 죄가 많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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