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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샤오민, 중국 경제를 말하다
량샤오민 지음, 황보경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중국, 불과 1달전에 올림픽을 치뤘고, 지금은 분유속의 멜라민으로 인해 아주 유명해진 나라이다. 중국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3년전 중국 대성장이라는 전망으로 중국펀드가 불이나게 팔렸던 시기이다. 한쪽에서는 이러한 거품을 우려하며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였으며 곧 대폭락할 것이라고 외롭게 고함치던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시골의사의 예언이 적중하여 중국은 폭락의 길을 걸었고 지금 중국 관련 펀드는 -30~40%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이 중국에 관하여 중국 자국내 경제 전문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국민, 기업, 정부 세분야로 나누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하였는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복잡한 경제 용어가 등장하지 않고, 신문기사의 칼럼 정도의 수준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듯하다.
국민에 관한 글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경제 수준에 맞지 않게 상당수 국민들이 루리비통같은 명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현상을 비꼬면서, 아침의 만원버스를 타는 여자의 손에 루이비통 핸드백이 들려있다면 사람들은 그 핸드백을 진품이 아닌 짝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순간 웃음이 나왔고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저자는 명품족이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을 말하는데, 많은 국민들이 만원버스 안에서 루리비통을 든 여자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분수에 맞지 않게 과시욕만 가득하여, 쌈짓돈을 어렵게 모아 명품 하나를 샀다고 해서 명품족으로 행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굳이 중국을 꼽지 않더라도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사실 자신도 중학교 시절,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프로스펙스 신발이 고가라서 그 신발을 신은 친구들을 부러워하였었다. 옷은 형편없어도 프로스펙스 신발을 신은 학생은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브랜드 신발을 사기위해 학우로부터 돈을 뺏는 경우도 있었고, 빈집을 터는 일도 많았다. 과시욕, 그 자체가 유치한 마음임을 알지만 ‘경제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 과시욕’은 패가망신의 길임을 생각해본다.
기업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는 약 6년전에 읽은 스유엔의 ‘상경’이 떠올랐다. 중문학과를 나와 당시 보험세일즈를 하던 사촌형이 적극 추천한 책이라서 구입하여 읽었는데, 경영과 인간관계 등 여러모로 교훈을 삼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국경제를 말하다’에서도 청나라 시절 흥왕했던 기업이 등장한다. 바로 ‘진상’인데, 정부와 너무 밀접하게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청나라가 망하면서 함께 망하고 말았다.
기업의 노동력 착취를 언급한 부분은 조금 의외였다. 친기업 성향으로 느껴졌던 저자가 이부분에서는 기업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가의 편을 들어 비판을 하고 있다. 사실 편을 든다기 보단 그만큼 저자가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주관을 형성하고 있음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한 시기는 마르크스 시대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상황이 크게 개선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이다. 현재 ’노예공장‘이 소재하는 지역에서는 민공의 대량 이탈로 인해 자본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과 노동의 이익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땀이 없는 곳에서는 자본도 가치를 증식할 길이 없다. 따라서 기업가들의 노동자에 대한 의식이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화를 당할 것은 뻔하다.’ p133
전반적인 사회 기류 또한 노동자의 권리 찾기로 이어지는 듯하다. 중국정부도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공장이라도 처음엔 유치하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과 달리 이제는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폭탄등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공장의 문을 닫고 야반도주하고 있는가? 하지만 이 책의 끝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중국은 고부가가치 산업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공존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 한다. 넓은 땅과 많은 인구가 그 증거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바로 정부의 정책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다. 중국인에 대한 내용은 보편적이고, 기업에 관한 내용은 조금 지루하였지만, 중국정부에 관한 내용은 가장 중국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많은 정보도 캐 낼수 있었다.
저자는 올림픽에 관한 내용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였다. 중국은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든 비용이 7~8억 위안인데, 2005년 우주선을 쏘아올리는데 비용이 9억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금메달 하나의 값이 가히 천문학적임을 알 수 있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딴다고 해서 그 국가의 경제를 부흥시키지는 못한다. 구소련이 1,2등을 다투며 역대 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을 땄지만 그 나라 국민들은 굶주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저자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메달은 겨우 체면을 세워주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쏟아부은 돈은 개막식만 1억달러였고 올림픽 개최 총비용은431억달러(43조 1천억원)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59억 달러의 두배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남겼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역시 의문이 든다. 한마디로 ‘운동 잘한다고 밥먹여 주나?’ 이다. 올림픽으로 인한 향후 경제적 부흥을 사람들은 많이 얘기한다. 관광수입 증대와 국위선양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국가와 그에 속한 기업의 광고를 톡톡히 하여 수출을 늘리고 외자유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최근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세계는 발칵 뒤집혀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산’ 이 있다. 시장에서 ‘made in china'는 완전히 신뢰를 상실 하여 가장 꺼리는 최저급의 상품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와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비교한다면 나는 멜라민의 부정적 효과가 완전히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뒤덮혀 버렸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올림픽은 허울좋은 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많은 돈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 상승과 경제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할진데, 중국은 자국내 규제수준이 국제기준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무리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잔치를 화려하게 한들, 그 집에서 나온 음식에서 벌레가 나왔다면 사람들은 다시 그 집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 집의 음식이라면 모두 멀리할 것이다. 결국 올림픽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개최의 큰 목적일진대, 반대편에서의 멜라민 파동을 보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이 외형만 화려하게 꾸미는데 노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은 올림픽보다는 멜라민 분유, made in china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인, 중국기업, 정부정책에 관하여 좋은 책을 읽었다. 특히 정부에 관한 내용은 날카로운 저자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고, 전반적인 중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될지 알수 없겠지만, 나는 중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