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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여 소설도 많이 읽어왔지만, 군 제대 이후에는 실용서 위주로 독서를 하다보니 소설을 읽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이 소설은 아득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책이다.
이 소설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아련하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는 것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는 느낌과 비슷하다. 뛰어난 심리묘사, 인물간의 긴장관계는 소설의 흡인력을 높여주고 있다.
진과 피니어스는 뉴잉글랜드의 명문 사립학교인 데번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룸메이트인 사이이다. 피니어스는 적극적이고 활달하며 운동은 만능이지만 공부는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학생인 반면, 진은 내성적이고 사고가 깊으며 운동보다는 공부에 더 재능있는 학생이다. 항상 피니어스가 학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자살클럽’이라는 클럽을 창설해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클럽의 주요 행사가 높은 나무위에서 강물로 다이빙하는 것이다. 진은 그런 어처구니 없고 위험한 행동을 처음부터 싫어하였지만, 피니어스와의 관계와 지기 싫어하는 심리 때문에 함께 다이빙을 계속 한다. 그러면서 둘은 겉으로는 무척 가깝고 친한 사이로 지낸다. 하지만 진은 시험기간 중 공부를 하지 않고 피니어스의 권유로 함께 학교 밖에서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는 행동으로 삼각함수 과목에 낙제를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진은 일부러 피니어스가 자신의 공부를 방해하기 위해 계획한 계략으로 생각하고 그의 우정에 대한 의심을 하며 신뢰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그런 심리가운데 함께 다이빙을 하러 나무에 올라간때에 뒤에서 나뭇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를 떨어뜨리고 만다. 이로인해 피니어스는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다리가 부서져 버려 장애인이 되고 만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의 1/3이다. 그 나머지는 장애를 가진 피니어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또 다른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한사람은 최고의 우정을 나누며 자신의 분신과 같이 아끼며 함께 지내길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우정의 진실을 의심하고 경쟁상대로 항상 의식하며 지내는 상황이다. 이 글의 중심소재는 남자 고등학생의 우정과 배신인데, 글쎄 난 배신인지는 모르겠다. 주인공의 심리를 잘 묘사하여 그에게 빠져들어서 그런지, 난 ‘그럴수 있겠다’라는 동정심마저 든다. 하지만 그 원인이 열등감과 우정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피니어스의 끝까지 우정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피니어스의 그런 태도는 자신을 위한 행동일 수 있다. 만약 주인공의 우정에 대해 의심을 품고 그를 증오하게 된다면, 자기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하게 여겨지기에, 어쩌면 그런 감정을 감당할수 없기에 차라리 그의 우정의 진실을 인정하고 계속 그와 우호적으로 지내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겠다.
이 책이 2차대전 가운데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전에도 학생들간의 전쟁같은 심리상황과 마음 가운데 폭력성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진은 비극을 겪으며 한가지 깨달은 것은 전쟁은 어느 특정 세대가 미련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있는 무지의 탓이라는 것이다. 그 무지로 인해 자신은 비극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읽기에는 높은 나무위에서 다이빙 하는 자체가 비이성적인 행동으로서, 또래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영심을 잘 드러낸 소설같다. 그런 허영심은 사실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 그 시절을 되돌아 볼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보여주기 위한 심리로 인해 상처받고, 타락하고, 범죄행위를 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 충동으로 학교에서 이지메(왕따)를 시키고, 피니어스와 같은 큰 사고를 당해 물질적으로 큰 손해를 입고, 장애인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사회에서 많이 보고 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남은 학생들의 15년후 모습을 그려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비극을 마음깊이 안고 살아가게 된 주인공, 그러나 이미 자신은 영혼이 죽음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어떤 고통도 두렵지 않다는 말미로 이후의 삶에 대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면서 책은 끝맺음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초,중,고 학생이 읽으면 참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일탈의 충동, 허영심에서 비롯된 사소한 행동에 인생이 좌우되어서는 안되리라.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이 책을 읽고 서로 토론을 해봐야 겠다. 이 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미리 생각해 볼수 있는 통찰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