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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화 -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뜻밖의 조선사 이야기
배상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저자는 이순신교의 신도라 자청할 만큼 이순신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작품만 하더라도 ‘난중일기 외전’ 전7권(‘풍운’ 이라고도 함), ‘이순신 최후의 결전’ 전3권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07년에는 ‘동이’ 작품으로 제2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여 상금으로 2천만 원을 받기도 하였다. 이외 그의 작품은 ‘북벌영웅 이징옥’이 있다.
요즘처럼 싼 재질이 판치는 책 가운데 책은 고급스러운 표지와 속지로 되어있어 일단 보기에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든다. 조선시대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비화’라고 해서 ‘사건비화’ ‘인물비화’‘세태비화’의 총 3개 챕터로 구성하여 총 20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챕터 구분은 큰 의미가 없어보이고 모두 20개 이야기를 세 개의 공통분모로 엮은 것이라, 어디부터 읽던지 관계는 없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당시 왕들의 실록을 인용하여 풀어나가는 형식인데 작가의 추리적 기법까지 가미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짜여졌다.
총 20개의 이야기는 사실 작가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이미 이순신에 관한 전문가요 박사일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북벌영웅 이징옥’을 집필하면서 또한 당시 시대상황 및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내용을 알고 있을 터이다. 그 연장선에서 본다면 이 ‘조선비화’는 저자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역사 중 재미있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추려서 뽑아 엮은 책이라 할수 있겠다. 사실 이순신 활약 당시 왕인 선조 시대에 대한 내용이 세개 이고, 이징옥과 관련하여 직접적 내용은 세개 이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왕들에 대한 내용은 다섯개이다. 이 외에는 작가가 영조․정조시대에 관심이 많은 걸 알 수 있는데 그 시대 내용이 다섯개가 된다. 또 태조 이성계 시대내용이 세 개이다.
총 20개의 스토리 중 개인적 선호도로 순서를 나열한다면, 첫째는 ‘최악의 왕 선조’를 꼽겠다. 선조가 당시에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지 비판을 하였는데, 당시에 인육을 먹는 실록의 이야기를 인용하였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기록된 전쟁은 조선을 극한의 너머로 몰고 갔다. 1592년에 발발하여 1598년까지 장장 7년이나 지속되었던 전쟁은 순박한 백성들을 식인귀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처참한 전쟁의 와중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쟁이 아니었으면 백성들이 먹고 먹힐 일도 없었고, 식인이 횡행하는 공포의 땅으로 전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p189
인육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하는데, 이는 이 책의 또다른 이야기인 ‘조선의 배반자’의 사화동과 연결된다. 그 당시도 선조시대였고,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 어려울뿐 아니라 관리들의 부패가 심하여 어쩔수 없이 왜적에게 빌붙어 조국 침략의 가이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의 조국이 아니었던가. 그럭저럭 먹고살 만큼만이라도 쥐어짰더라면 사화동은 역사에 배반자의 오명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p266
이와 같이 저자는 선조의 치세가 당시엔 최악이었다고 비판하는데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자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두 번째로는 ‘살해당한 왕-경종살해의 논란과 당파싸움’ 이다. 영조가 어떻게 왕권을 잡게 되는지 그 과정을 이 사건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역사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무척 흥미진진하였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아쉬웠을 뿐 아니라 계속 스토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들었다. 내용은 영조의 앞 왕으로서 잠시 치리를 하였던 경종의 독살설에 대해 영조가 많은 의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자는 왜 영조가 범인이 아닌지 형사와 같은 추리력을 동원하여 내용을 풀어 나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조는 범인일 수 없다. 경종은 게장과 생감을 먹고 나서부터 급환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본래부터 병약했는 데다, 그 때는 병환이 심각했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당시 영조는 함부로 대전에 들어 갈 수도 없는 신세였다. 경종과 소론이 영조를 배척하여 문안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던 시절인데 어떻게 상극이 되는 음식을 바칠 수 있을까. 게다가 역모혐의까지 걸려 있던 영조가 그런 음식을 가져다 바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경종이 죽었을 때 가장 큰 이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영조가 아닌가. 그러나 그에게 걸린 혐의를 하나씩 제거하다보면 경종을 살해한 진범은 결국 그를 둘러싼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p 66-67
이 장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세력의 권모술수와 당파싸움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추신에는 왕들이 왜 나이들어 죽지 못하고 빨리 죽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운동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왕들이 일찍 죽은 원인이 섹스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기가 약해져서 죽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후궁 및 궁녀들이 얼마나 많은가?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세 번째로 선호하는 내용은 ‘실패한 운하-운하의 필요성과 태종의 선택’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건설 계획과 관련하여 저자는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외 공무원 부정의 원천인‘급제하고 맞아죽다-과거급제의 대가 면신례’와 왕조 말기적 징조인‘병역비리가 판치다’그리고‘조선에도 학력위조가 있었을까’도 유익한 내용이었다.
반대로 선호도가 떨어진 것은 ‘나라를 뒤흔든 섹스 스캔들-시대를 풍미한 유감동과 어우동’‘동방간음지국-상식을 벗어난 왕족들의 간음기록’이다. 둘다 조선시대 섹스에 관한 내용으로 한 장으로 묶어도 될 내용으로 비슷하다. 남녀칠세부동석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숙하고 조용한 조상님인줄 로만 알았었는데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용한 실록의 내용은 노골적이고 놀라운 내용이 많았고 당시 계급사회로 인해 비녀, 공노비, 그리고 첩은 문란한 사회로 인한 최대 피해자 임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위 두 이야기는 읽는데 거북함을 많이 느꼈다.
전반적으로 책은 만족한다. 재미도 있고, 시사교양적으로 좋은 정보도 많이 있다.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낄때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