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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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지식인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을 단 한 명만 들어보라면 저는 주저없이 신영복 선생님을 꼽습니다. 그 분의 삶에 대한 안목과 행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수식어구가 단순한 미사여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선생님이 쓰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밑에서부터 용솟음치는 무언가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든 감정. 동정심, 세상에 대한 분노, 그 분의 통찰력에 대한 탄복, 저에 대한 무기력감 이런 복합적인 감정에 한동안 정신이 멍하였습니다. 그 뒤 서점에서 이 책을 대충 읽어 보았다가 이번에 다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것도 가끔씩 읽어 보았었지만 이번에는 몇 번을 정독하였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그 분이 젊을 때 쓰신 글들과 이 책의 글들은 기본적으로 깔리 사상은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더 사상이 성숙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보는 눈이 일관되어 있고,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는 현실의 삶 속에서 일관된 가치관과 행동기준을 갖고 생활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이 어떤 사상으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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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없다
이희근 지음 / 사람과사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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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는 없다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이러한 궁금증이 이 책을 집게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역사학계의 허술한 학문방법에 대한 일침이라고 보여집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비판적으로 교과서를 읽고 외었습니다만 그러한 것들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진실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풍부한 자료와 해박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역사학계의 통념을 하나하나 논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 책이 그러한 통념을 최초로 깨뜨리려는 시도는 아니고 그동안 통념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일부 학자들의 노력도 이 책의 성과의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역사학계 전체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철저한 학문성에는 감복을 하는 바이지만 몇군데 지적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단군을 평양 부근에 국한된 조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소중화주의의 영향이라고 파악하고 있으나 기자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는데 그 앞에 단군조선을 끼어넣을 필연성은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중국내의 유적지에도 단군설화를 나타내는 유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군왕검을 단순한 지역시조로 보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임나일본부와 관련한 설명에서 임나일본부를 가야가 잔존 왜 세력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술하다가 뒤에 일본부는 왜의 사신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그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나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는 항목을 달리하여 설명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미륵신앙에 대하여는 평상시에는 개인적인 기복신앙으로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메시아 사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다고 적시하고 있으나 그것이 농민봉기시에 원용되었다는 점, 현실에의 도피가 이상세계의 건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시아 사상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실학에 대한 비판에서는 그것이 비록 주류는 아니었을지라도 일반적인 통념에 부합하는 움직임도 있었음을 아울러 밝혀주었더라면 책의 가치가 조금더 높아졌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동학에 대하여도 일부 지도자의 생각을 전체 농민들의 생각으로 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고요. 여하간에 이 책은 학문을 하는 치밀성을 보여주었고, 무엇이 과연 학문을 하는 자세인가를 제시하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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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
새뮤얼 헌팅턴 지음, 소순창 외 옮김 / 김영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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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최근의 국제분쟁에 대하여 문명간의 충돌이라는 관점을 미리부터 제시하여 그 혜안에 대하여 격찬을 받고 있지만 서구 곧 미국의 입장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은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이라고 하여 일본의 정책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일본에 대한 것보다는 문명의 충돌이 어떠한 이론인가를 요약한 것에다 일본의 문제를 적당히 가미한 것에 불과합니다. 어쩐지 제목과 책의 내용 자체는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먼저 이 책의 장점은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예리하게 정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문명간의 갈등을 지적한 점, 초강대국과 지역강대국, 지역의 제2강대국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국제정세의 역동성을 설파한 점은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한단계 높여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다음으로 이 책의 단점은 저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서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론을 정립하였다는 비판을 차치하고라도 일본을 독자적인 문명권으로 분류한 것은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내재되어 있지 않은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본을 다른 문명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역시도 중국문명과는 다르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은 과연 우리나라는 어떠한 문명권이냐 하는 점입니다. 저자는 중국문명에 자신있게 포함시키고 있으나 우리 자신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 세대의 우리나라 사람은 과연 중국문명권일까요 아니면 서구문명의 아류일까요. 이 문제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차제에 우리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저자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선택(미국을 따를 것인가 중국을 따를 것인가)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곧 이러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약소국으로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하여야 과거 대만과의 외교단절에서 보여 주었던 미숙함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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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한길그레이트북스 3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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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레비 스트로스는 인류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전에 인류학자는 단순히 다른 나라, 다른 인종들의 삶의 모습을 채취하거나 오래된 뼈들이나 쫓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과연 인류학자라는 것은 어떠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인류학자가 인류공통의 근본적인 사상체계를 찾아 인간의 근본 본성이 무었인지를 탐구하는 사람이라 피력하는 부분에서 저는 감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근본적인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야만과 문명이라는 분류는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고, 우리는 그의 견해에 동조하여 그를 거장이 반열에 등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차분히 읽다 보면 우리는 그가 단순한 인류학자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류학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구조주의 철학의 선구자 중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만, 단순히 구조주의를 넘어서서 진정한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인문주의자인 것으로 제게 비춰졌습니다.

이 책 외에 야생의 사고라는 책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와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교양서라기 보다는 전문서적에 가까와서 읽기에 상당히 거북합니다. 레비 스트로스의 일반적인 사상을 엿보기 위하여는 이 책이 가장 읽기 편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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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의 이해 (제2개정판) - 미국 패권 시대의 지구촌의 아젠다와 국제관계
유현석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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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이 책을 국제관계/국제정치의 비전공자들을 위한 교양과목의 비전공자들을 위한 교재로 준비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비전공자들을 위한 교재라고 하지만 현재의 국제관계에서의 역학관계를 비교적 폭넓게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정치, 경제, 안보 부분 등 국제관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 다수를 망라하고 있으며, IMF관리체제가 찾아오게 된 원인들 및 문제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양에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내용에 깊이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외환위기와 관련하여서도 그 원인이나 극복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말그대로 교양정도로 그친 것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저자의 애초 의도가 국제정치를 소개하는 것이었지 전문적인 연구서를 표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이 책의 허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둘러 책을 내기 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군데군데 오자가 보이고 각주중에서는 아에 한줄이 없어진 것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출판사측에서 다소 부주의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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