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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친구 - 인생과 커리어가 바뀌는 ‘약한 연결’의 힘
데이비드 버커스 지음, 장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2월
평점 :
친구의 친구라... 이런 관계만큼 애매하고 어색한 사람이 없다. 안면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같이 있으면 딱히 말 할 게 없고. 친해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어색함의 표본을 말하는 대표적인 관계가 아닐까.
요즘 인간관계의 대세 키워드는 "인싸"가 아닐까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마당발에,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지치지 않는... 사회생활 하면서 인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만큼, 핵인싸형 인간유형에 대한 동경도 커지고 반대급부로 인싸처럼 놀아야 할 것 같아서 인간관계를 맺는 게 영 부담스럽고...(나는 누구 만나서 노는 건 좋지만 밖에서 나가 놀면 껍질 깨져서 수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아싸형 인간)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인맥쌓기에 열중하기보다는 "친구의 친구" 관계 정도로 어색하고 얇은 인간관계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실제로 성공한 비즈니스나 최고의 성과를 낸 팀을 살펴보면, 실제로 비즈니스에 유효한 도움을 준 인간관계는 평소 친밀하게 지내고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아니라 휴면관계에 있었거나 친구의 친구 정도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우수한 성과를 낸 팀 역시 '끼리끼리' 오래 뭉쳐 일하던 팀보다는 일시적으로 뭉치고 목적 달성 후 바로 해산하는 정도로 모인 팀이었다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사고의 지평을 넘어서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로 '이웃사촌'이라고 가까이서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논리이다. 읽으면서 제법 공감이 갔다. 직업 상 업무적으로 인사이트를 얻을 때는 원래 매일 얼굴 보고 지내는 직장에서 회의를 소집하기보다는 같은 직군의,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을 택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평소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보고 겪는 것이야 나도 다 아는 뻔한 것이고, 거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것도 내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것이니. 해당 직군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있으면서 나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훨씬 유용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실제 생활에서도 이미 체득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굳이 언어로 정리하지 않아 깨닫지 못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얇은 인맥이 가진 네트워크에 대한 이론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사례 및 간략한 실천 방법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다양한 업종 업종에 종사하며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그룹에는 일정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선을 긋는다. 그룹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록 집단 전체에 유효한 정보가 퍼지는 속도도 그만큼 느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인맥을 쌓을 때도 너무 같은 성향끼리만 뭉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커넥터로서 그룹과 그룹을 이을 때 자신 역시 어느 클러스터에는 속해야 한다고도 한다.
즉 사람은 자신의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한 가지 카테고리에만 넣지 말고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몇 명의 인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