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울어 줄래? 책콩 저학년 10
김경미 지음, 김순영 그림 / 책과콩나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세호 형이 경기에서 이겼어요.

분하고 억울했어요.

얼굴을 맞은 뒤로 정신이 없어서 진 거니까요.

분명 그 전까진 이기고 있었거든요.

자꾸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어요.

하지만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에 힘을 팍 줬어요.

- 대신 울어 줄래? 중에서

 

 

 

앞 표지가 어쩜 제목하고 찰떡궁합인지 표지만으로도 책 내용이 충분히 상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책 시작부분부터 남자는 아무 때나 울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찔끔 나오는걸 꾹 참는 주인공이 우리 아이 같기도 해서 책 속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태권도 겨루기에서 억울하게 얼굴을 발로 찬 형때문에 지게 되고 맘에 안되는 손바닥만 한 인형을 받게 된 주인공 차연우는 울다가 깜빡 잠이 들게 됩니다. 아빠가 깨우러 와서는 연우의 운 얼굴을 보고 무섭고 딱딱한 얼굴로 다그칩니다. 무서운 아빠에게 연우는 겨루기를 하다가 맞아서 너무 아파 시합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다가 진 것도 억울한데 받은 선물도 너무나 마음에 안 들었다는 속마음을 단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합니다. 엄마가 있었다면 왜 울었는지 물어보고 안아 줬을 거라는 아쉬움 속에서 아빠에게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아빠가 원하는 답을 냉큼 하는 연우가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2학년씩이나 됐는데 왜 우냐는 아빠의 말에 속으로 2학년 밖에 안됐는데 왜 울면 안되는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연우의 아빠는 연우가 우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연우가 울면 얼굴이 구겨지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엄마는 일곱 살 때 하늘나라고 갔고 그때부터 아빠는 훨씬 더 무서워졌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밤에 혼자 자다가 번개치는게 너무 무서워서 아빠에게 괴물이 나타났다고 말했을 때도 아빠는 항상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어디선가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후딱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어요.

'이상하다. 아무도 없는데.'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어요.

울음소리는 방 한 구석에서 나고 있었어요.

- 대신 울어 줄래? 중에서

아빠에게 잔뜩 혼이 난 연우는 어디선가 나는 울음소리를 따라갑니다. 그때 연우는 나뒹굴고 있는 태권도장에서 받은 인형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인형은 연우가 쳐다보자 잠시 울음을 그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연우를 바라보면서 아빠가 네 마음을 몰라주고 아프고 억울한데 혼만 내서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뾰족한 바늘로 가슴을 쿡 찔린 것 같은 연우는 인형에게 네가 어떻게 아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인형이 연우 네가 울지 않으니까 내가 대신 우는 거라고 하면서 계속 울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펑펑 우는 인형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연우는 아빠가 자기에게 늘 말했던 것처럼 인형에게 창피하지도 않냐면서 쏘아붙입니다. 우는게 왜 창피하냐고 하면서 인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봅니다. 그 후로도 인형은 모두 연우를 대신에서 자주 울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어이없었지만 차츰 연우는 인형이 대신 울어주면 마음 속에 차갑게 뭉친 무언가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울고 싶은 기분이 들면 인형 앞으로 달려가고는 합니다. 그러다가 너무 아픈 어느날 본인도 모르게 '엄마'라고 외치고 아빠와 화해합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동생 때문에 엄마를 뺏겨 화가 나는 하은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마지막 편에서는 늘 시비를 걸지만 중요할 때는 편을 들어주는 오빠가 밉지만 좋은 도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마치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상세한 표현들, 실감나는 감정 표현들이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긴 여운을 남기는 것같습니다. 가끔 울면서 자기도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고 했던 저희 아이도 생각이 나고, 어떤 감정인지 말로는 표현을 잘 못하겠다는 아이의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각각의 서운하고 속상하고 힘들고 밉고 또 때로는 억울하기까지한 감정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이 책 정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나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서 훨씬 더 공감이 갔고, 아이들도 본인의 이야기 같아서 너무 술술 잘 읽힌다면서 좋아했습니다.

 

 

 

 

 

괘씸한 마음에 오빠의 휴대폰을 뺏어 전원 버튼을 눌러 꺼 버렸다.

"야! 뭐 하는 짓이야?"

오빠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네가 그러고도 오빠야?"

- 대신 울어 줄래? 중에서

 

 

 책 속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정말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그러다 공감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모를 감정들을 어떻다라는 구체적인 단어 보다는 묘사해서 나타내서 더욱 좋았고, 아이들의 마음 속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을 밖으로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누군가 내가 힘들때 대신 울어주고 도움을 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보다듬어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힘들고 지치고 아무도 내 편인 것같지 않아 너무나 힘들 때 이 책으로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학교라는 단체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또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쌓아가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읽으면 너무나 좋을 것같아서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