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봤을때는 어떤 이야기일지 솔직히 잘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 종류를 제가 원체 좋아해서 정말 같이 많이 읽어보기도 했고, 따로 너무나 좋은 책들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고는 했는데 이 책 정말 독특했습니다. 읽기도 전에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나 궁금해져서 도저히 내용이 상상이 안되었고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제목인 지퍼백 아이는 그 중 두번째 이야기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어보고 싶었지만 첫장을 펼치자마자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여서 쭉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아이도 저와 마찬가지로 첫장을 읽자마자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각각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서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아니면 제목을 보고 원하는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짧은 편이어서 한번에 쭉 읽을 수 있어서 삽화 보다는 글밥 위주의 책을 막 읽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도 이 책 상당히 좋을 것같습니다.
- 지퍼백 아이 중에서
주인공 재민이는 자다 일어나서 뭔가 깔려있는 듯한 느낌에 똥을 쌌따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엉덩이에 이상한 꼬리가 생긴 것을 알게됩니다. 주인공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삽화도 너무나 웃겼습니다. 아이의 놀라는 표정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느껴져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꼬리는 짧아서 바지를 입어도 티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 가기전 주인공은 하교후 친구들과피시방에 가기로 한 약속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미 용돈은 다 써버린 상황이어서, 주인공은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야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게 돈을 받아냅니다. 그러면서 꼬리가 꿈틀거리고 연필 길이만큼 길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숙제를 게임 하다가 안해온 주인공은 갑자기 아픈 척을 하면서 꾀병을 부리고 위기를 모면합니다. 교실을 벗어났다고 좋아한 재민이는 또다시 꼬리가 선생님 지시봉만큼이나 길어진 것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재민이의 꼬리가 어디까지 길어질지, 결국 없어지긴 할지, 길어진 꼬리를 끝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숨길 수 있을지 여러가지 추측을 하면서 이 이야기를 읽으면 너무나 좋을 것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지퍼백 아이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엄마 아빠가 코를 골 만큼 깊은 밤, 주인공은 물을 마시다 식탁 위에 놓인 지퍼백을 들여다보는데 숨 막혀 죽겠다고 나 좀 꺼내달라고 사람이 소리치는 것을 듣게되고 지퍼백에 사람이 들어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경계하는 주인공에게 본인은 사람이고 자신을 살려 줄 사람은 주인공밖에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만일 이런 일이 있다면 너는 과연 지퍼백에 있는 사람을 구해줄거냐고 묻는 제게 아이는 절대로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일단은 한시간은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지퍼백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겠냐고 하면서도 나름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가 처음 접하는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에 아이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열심히 읽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지퍼백에 들어갔는지, 우리의 주인공은 지퍼백에 담긴 사람을 구해줄지, 구해준다면 결말은 어떻게 될지, 어떤 사건들과 일들이 펼쳐질지 스스로 상상하면서 읽으면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같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엄마가 있는 집'이란 제목입니다. 혼자서 외롭게 서있는 남자아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삽화가 왠지 제목과 어울리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야기 첫 장부터 '헉'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하고 추측했던 이야기대로 주인공의 엄마는 지난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났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라서 눈물이 하나도 안 났다는 주인공의 말이 정말 공감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같은 경험을 해 본적이 있어서 이 말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그저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고 안됐다고 하면서, 눈물을 꾹 참으려는 주인공이 훨씬 안되고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몇장 되지 않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담담한듯 고백하는 주인공 하루의 심정이 정말 와닿아서 굉장히 길게 여운이 남기도 했습니다.

내가 씩 웃자 아빠도 환하게 웃었어.
아빠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는 동안 나는 가만히 촛불을 바라보았어.
오늘은 내 생일, 그러니까 특별한 하루가 지나고 있었어.
이 책은 세 편의 이야기가 정말 다 다르지만 각각의 감동이 있고, 짠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책인 것같습니다. 정말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삽화와 몇 장 되지 않은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두꺼운 책을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라면 이 책으로 세 편의 이야기를 접하고 독후 활동까지도 겸하면 더욱 좋을 것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뒤편에 '기묘하면서도 애잔하고, 스산하면서도 뭉클한 세 편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정말 이 책을 설명하는 아주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막 양장본을 벗어나서 글밥이 있고, 제법 복잡한 내용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해야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