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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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은 복불복 게임 같아.

무슨 곡을 틀지는 디제이 마음이니까.

그런데 정말 신기해.

방송국에서 일하는 디제이가 어떻게 우리 마음에 쏙 드는 음악들만 골라서 들려주는 걸까?

-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중에서

 

 

 

 

'모든 상을 받은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 한다'는게 평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상을 받은 책을 읽었을때 실망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기대보다 덜 감동을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건 원체 기대치가 높아서인 경우가 많아서인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 책 또한 일단 뉴베리상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믿고 볼 수있는 그런 책이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꼭 읽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정말 책을 받자마자 제가 먼저 읽어 봤습니다. 새로운 운문소설이라는 형식도 접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어떤 이야기이길래 제목을 이렇게 정했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어서 정말 잃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정말 이렇게 담담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감성적이고 감동적이게 표현한 작가가 엄청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대단하고 특별한 소재가 아닌 이야기로 이렇게 짠하고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게 하다니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지루하거나 재미없다고 느낀 적이 한순간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절로 궁금해졌고, 또 주인공에 푹 빠져서 나중에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루파 아주머니와 써니랑 같이 응급실로 들어갔어.

모든 게 한꺼번에 나를 덥쳤어.

반질거리는 하얀 바닥

눈부신 불빛, 삑삑대는 경보음

도와달라는 아우성

기침 소리와 붕대로 가득한 대기실 풍경

아픔의 고통과 공포의 냄새를 덮는

소독약 냄새.

-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중에서

 

 

 

 

운문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접해 보았습니다. 시를 좀 길게 쓴 형식일까 추측했는데 읽으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술술 잘 읽히고, 각각의 이야기가 비교적 짧게 끝나는데도 내용 전달도 명확하고 좀 더 여운이 긴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적지않은 책 두께이지만 아이들이 정말 부담없이 완독할 수 있을 것같다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이 두꺼운 책을 한번에 완독할 수 있을까 부담스러워 했지만 너무나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 상당히 좋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칸나의 속마음을 엿보고 있는 듯하다면서 굉장히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주인공인 것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저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있습니다. 내 삶은 인도 사람의 삶과 인도 사람이 아닌 삶 하나로 둘로 나뉘어 있다는 글도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학교에서의 삶과 인도인처럼 생활해야 하는 집에서의 삶을 살면서 항상 둘로 쪼개진 것처럼 느낀다는 책 속의 표현도 정말 마음 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이런 주인공을 이해해 주지 않고 엄마와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엄마가 굉장히 많이 아프게 되면서 여전히 둘로 나뉜 삶을 살게 됩니다. 엄마가 있는 병원 안에서의 삶과 엄마가 있었던 병원 밖에서의 삶.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제가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은 어쩌면 저도 한번쯤은 느꼈었던 감정들, 혼란들, 어려움들을 국적은 다르고 상황도 전혀 다르지만 같은 느낌을 느꼈다는 공감에서 비롯된 것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읽게 된다면 주인공의 불안정한 삶에 푹 빠져들고, 결국에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죽음의 신, 야마 신은

의무의 왕, 다르마라자는

또다시 사티야반의 영혼을 데려갈 차비를 했어.

사비트리가 애워했어.

오, 야마 신이시어

제발 저희 남편을 데려가지 마세요.

-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러번 울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뭔가 자세한 설명이 담긴 내용도 아니었는데 여러가지 상상이 되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생각과 감정을 주는 책이라서 정말 아이에게 꼭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결론이 너무 슬프다면서 정말 책 속의 주인공이 마치 살아있는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 같다면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아이의 이런저런 감상을 들으면서 왠지 아이가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냥 아이같고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차츰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감동과 많은 생각들을 절로 하게 하는 책이라서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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