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 마녀와 마음의 구슬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최은영 지음, 허구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율이가 보낸 메시지에 아이들은 꽥꽥거리거나
덜덜덜 몸을 떠는 이모티콘을 날렸다.
살아서 만나자니!
윤아도 지율이 말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희서가 시작을 알렸다.
- 거울 마녀와 마음의 구슬 중에서

표지를 보고 뭐지 '왜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이 모여있지' 하고 너무나 궁금증이 생기는 책이었습니다. 표지가 왠지 긴 여운을 주는 듯한 책이어서 정말 읽기 전에 감성적일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첫장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원래 밤 아홉시가 넘으면 단체 수다 금지라는 선생님의 규칙을 깨고, 아이들은 밤 아홉시를 넘겨서 단체 수다방에 모입니다. 살아서 만나자!라는 메세지가 당황스럽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주인공 윤아는 휴대 전화를 뒤집어 놓고, 책상 위에 놓아둔 손거울은 들여다 보고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밤 아홉시에서 열 시 사이에 혼자 거울을 빤히 쳐다보면서 33초를 버티면, 거울 마녀가 나타나 영혼을 데려간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 영혼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는 모르지만, 마녀의 구슬이 있으면 거울 마녀에게서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들끼리 단체로 하기로 약속을 정하고 서로 조마조마해 하면서 정말 끝까지 할까 봐 걱정이라면서 그만 둘까 윤아가 고민하자 소미도 그만하자고 합니다. 소미는 주인공 윤아의 단짝 친구로 2학년 때 처음 만나서 단짝이 되었습니다. 작은 키에 뽀얀 얼굴의 소미는 목소리가 작고, 생각이 많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였습니다. 항상 생글생글 잘 웃고 무슨 말이건 싫다 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는 아이입니다. 숙제, 준비물도 완벽하게 챙기고 선생님께도 칭찬을 많이 받지만 잘난 척을 하지 않는 정말 완벽한 모범생입니다. 그런 소미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악착같이 소미 옆에 붙어 다니면서 둘은 운좋게 3년 내내 같은 반이 되는 행운도 얻게 됩니다.

윤아는 소미가 참 부러웠다.
윤아가 아는 한 소미는 지금까지 모든 시험에서 항상 백 점을 받았다.
실수로라도 한 문제쯤 틀릴 수 있을 텐데, 소미는 실수도 하지 않았다.
소미는 참 꼼꼼하고 완벽한 아이였다.
- 거울 마녀와 마음의 구슬 중에서
항상 완벽하고 윤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소미는 항상 백점만 받는 아이입니다. 엊그제 보았던 수학 단원평가 시험지가 나오는 날, 당연히 소미는 백점일 거라고 윤아는 추측합니다. 하지만 소미는 이번에 두개나 틀리게 되고, 빗금 두 개가 칼날처럼 소미의 가슴에 박혔다는 책 속의 표현처럼 자책을 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게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11층에 있었지만, 수학 시험지에 그어진 빗금 모양과 똑같아서 쳐다보기조차 싫어진 소미는 계단 쪽으로 걸어갑니다. 하지만 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고, 7층까지도 걸어서 못 올라가는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고 수학 시험에서 백점을 못 맞은 것도 7층까지 걸어 오르지 못할 만큼 저질 체력인 것도 전부 자신의 탓이라면서 자책합니다.
왠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너무나 완벽하게만 보이는 소미가 수학 시험에서 단 두 개를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학대 하듯이 자책하고 실망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 어리기만 한거 같은데,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까지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소미가 왠지 남의 아이같지 않아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도넛을 튀기는 엄마를 보면서 차라리 그냥 사다 줄 때가 더 좋았다고 소미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작년까지 엄마가 회사에 다니면서 중요한 일을 하고, 항상 바빴는데고 단정하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엄마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소미는 엄마가 소미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모든 과목을 백점 맞기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아이들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었던 소미는 이번 4학년 수학 단원 평가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합니다. 스스로에게 바보, 멍청이라고 욕을 하면서 자신을 혼내 주고 싶다는 소미의 대사가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했습니다. 백점 맞기를 은근히 강요했던 제 태도도 생각이 나고, 단순한 계산 실수가 반복되는 아이에게 실수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라고 은근 혼내기도 했었던 지난날이 떠오르면서 혹시나 우리 아이도 이런 말못할 스트레스로 자책하고 있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습니다. 너무나 생생하게 소미의 깊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서 정말 한편으로는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아이가 정말 괜찮을까 염려도 되었습니다.

이튿날 오전 열 시쯤, 윤아는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오늘은 소미랑 패션타운에 쇼핑하러 가기로 일찌감치 약속한 날이었다.
윤아의 바지 주머니에는 구슬 마녀가 보내 준 빨간 구슬이 있었다.
윤아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물건이었다.
- 거울 마녀와 마음의 구슬 중에서
읽는 내내 도저히 멈출 수가 없을 만큼 정말 뒷이야기가 내내 궁금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소미를 과연 어떻게 구해줄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누구라도 소미를 도와줄 수 있을까 여러 의문들을 갖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던 아이는 처음에는 거울 마녀가 나오는 판타지의 내용인줄 알았다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결론을 너무나 빨리 보고 싶어서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정말 우리 주변에 이런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많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나도 혹시 우리 아이를 소미처럼 만들고 있지 않은지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이 계속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고민도 많아지는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으면 정말 공감을 많이 할만한 내용이라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