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강감찬과 호랑이 대소동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26
정명섭 지음, 김준영 그림 / 리틀씨앤톡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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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송나라 사신이 개경으로 가기 위해서 금주에 들렀는데

한밤중에 문곡성이 떨어지는 걸 보고는 놀라서 그곳에 갔더니

마침 태어난 아이가 바로 새로 온 현령이라고 하더군."

- 소년 강감찬과 호랑이 대소동 중에서

 

 

 

 

 

 

이 책을 다 읽은 아이의 첫마디가 "와! 진짜 재미있다." 였습니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향리', '상호장', '현령', '현청', '문곡성', '호족' , '경관', '조정', '호환' 등의 생소한 단어 뜻을 연신 묻던 아이가 어느 순간 집중 모드로 책을 쭉쭉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을 봤을 때는 강감찬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위인전이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는 한편의 추리 소설이라면서 신나하면서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굴지 연신 추측해가면서 책 속에 나오는 모든 사건에 초집중하면서 책을 읽는 모습이였습니다.

강감찬 장군하면 거란을 무찌른 귀주대첩을 떠올리고, 별 다른 사전지식 없이 책을 읽은 아이가 책을 다 읽은 후 강감찬 장군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다른 일들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면서 책 뒤에 나온 강감찬 장군 이야기까지 정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태어날 때 북두칠성 중 네번째 별인 문곡성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을 가리켜 낙성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굉장히 신화적인 인물인 것같다면서 놀라워했습니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을 2020년부터 낙성대역에 '강감찬장군역'이 함께 표시되고 있다는 글을 읽고서는 직접 방문해 보고, 기념 사진도 남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보통 제가 알던 위인전은 인물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전달하다보니 재미면에서는 좀 떨어지는 점이 있었는데, 이 책은 강감찬 장군과 관련된 여러 설화를 중심으로 한편의 멋진 추리소설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정말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점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건 물증일 뿐, 누가 실제로 본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은천이가 품은 의문에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긴 하지. 몇 날 며칠 동안 나타났다는데 정작 본 사람은 없구나."

"제가 한번 가 봐도 될까요?"

"어딜 간다는 말이냐?"

"호랑이가 나타난 곳 말입니다."

- 소년 강감찬과 호랑이 대소동 중에서

 

 

 

양주에 새롭게 현령으로 부임한 강감찬은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곳 관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잘 길들여 놔야 한다는 생각에 지방 향리들은 현령의 부름에도 제 시간에 가지 않고 무시를 합니다. 그 당시 고려는 여전히 지방은 호족 세력이 장악하고 있어서 조정에서는 목사 한 명과 그를 보좌할 속관을 지방에 파견했지만, 이미 지방에 오랫동안 뿌리 내린 호족 출신의 향리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조정에서 파견된 경관과 지방의 향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조정의 명령으로 부임해서 불과 몇 년만 있다가 떠나는 경관에 비해 대대로 지방에 자리 잡은 향리의 입김이 훨씬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감찬 장군이 부임한 양주 역시 개경으로 올라가 문벌 귀족이 된 세력보다 대대로 터를 잡고 사는 호족 세력의 입김이 강한 곳이었고,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가 현령으로 새로 부임하면 기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현청에 직접 나오지 않거나 주어진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급해진 현령이 알아서 고개를 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강감찬 장군은 마당에 수숫대를 쌓아 놓고 수숫대를 각자 소매 안에 넣어 보라고 합니다. 이에 상호장이 사람 키만 한 수숫대를 어떻게 소매 안에 넣으라고 하냐면서 반발하자, 강감찬 장군은 향리들을 노려보면서 고작 1년밖에 자라지 않은 수숫대도 자기 소매 안에 넣지 못하면서 어찌 20년을 산 자기를 그대들의 소매 안에 넣고 휘저으려고 하냐면서 호통을 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조정의 명을 받고 이곳에 부임했고, 자기를 조롱하고 핍박하는 것은 곧 조정의 명을 거역하고 전하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라면서 따끔하게 향리들을 나무랍니다. 향리들의 텃세를 슬기롭게 이겨낸 강감찬 장군의 멋진 지혜가 정말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무조건 힘이 세다고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지 않고, 현명한 꾀를 내어 향리들을 제압하는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제일 멋진 것같습니다.^^

이때 매화산에 호랑이가 나타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당시 호랑이는 '호환'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 어떤 재난보다 공포스러운 상황이였습니다. 굉장히 끔찍하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에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하지만 강감찬 장군은 침착하게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호랑이를 본 목격자가 있는지 알아보고, 혹시 호랑이가 나타난 매화산에 승려가 돌아다니지는 않는지 물어봅니다. 마친 동경에서 왔다는 스님이 고을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돌봐 주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정중하게 모셔 오라고 합니다. 이러면서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전개라서 한번 읽으면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중간중간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들이나 용어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새로운 단어를 묻기 바빴던 아이가 어느순간 조용히 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호랑이를 잡게 되었는지 계속 궁금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강감찬 장군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볼 수 있는 책이라서 정말 좋았습니다.^^

 

 

 

" 사실 난 친구가 없어. 내가 못생기고 몸도 작아서 애들이 놀리기만 하지

놀아 주지 않았거든."

"말도 안 돼. 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한걸?"

강림이의 확신에 찬 대답에 은천이의 기분이 좋아졌다.

- 소년 강감찬과 호랑이 대소동 중에서

 

 

 

얼굴도 못생기고 풍채도 작아서 항상 놀림을 받고 따돌림 당하던 강감찬 장군은 항상 외톨이에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강감찬 장군에게 어머니는 강감찬 장군이 누구보다 똑똑하고 관찰력도 뛰어나다면서 분명히 큰 사람이 될 거라면서 위로해주고 항상 힘을 줍니다. 자기는 볼품없는 아이라면서 스스로 비하하던 강감찬에게 어머니는 생긴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 주지는 않으니 상심하지 말라고도 말해줍니다. 누구보다도 영특했던 강감찬 장군에게도 약점이 있었지만 항상 큰 힘이 되어주는 어머니가 있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하고 또 큰 일을 한 장군이기 때문에 관련된 많은 전설과 설화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설화들을 재미있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풀어낸 이 책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강감찬 장군을 통해 용기도 배울 수 있는 책이고, 또한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빛낸 영웅을 가깝게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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