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블랙홀 청소년 문고 20
정명섭 외 지음 / 블랙홀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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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이름은 안상태.

이름도 으스스한 귀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성적은 바닥을 기고 있고, 가난한 데다 체구도 작다.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칭은 상태 안 좋은 애, 애늙은이, 돈독 오른 놈, 뺀질이,빼빼로.

-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중에서

 

 

 

 

책 제목을 처음 보고 귀문 고등학교라니 왠지 으스스하고 귀신과 사람이 같이 지내는 학교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흡입력이 강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많이 읽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정말 좋아할만한 책인 것같습니다. 책표지에 나오는 하얀 피부의 두 아이 모습이 왠지 현실에도 있을 법하고,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어서 조금 더 실감나는 책이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로 나오는 축하 공연을 사수하라!에서 주인공 안상태의 자기 소개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성적도 외모도 집안 사정도 안 좋은 상태는 여동생이랑 둘이 살고 있고 법적으로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만 두 분다 이혼하고 집은 나가버린 상황입니다. 키워주시던 할머니마저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필사적으로 어떤 일이든 해야하는 소년 가장입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준혁 아저씨를 만나면서 탐정 보조 일을 하게 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가출 팸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사건 이후 더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입니다. 책 속에서 '몇몇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세상은 그저 해맑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더욱 깊이 실감하면서 나는 한층 더 조용해졌고, 그런 나를 반 아이들은 투명인간 취급했다.'라는 문장 왠지 마음에 쏙 와닿았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면서 살던 상태가 학교 축제를 빠질까 생각하던중 포스터에서 '레드 신드롬 공연'이라는 글을 보고 축제에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중, 실수로 손님 바지에 맥주를 엎고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뺨을 맞게 됩니다. 상심한 그때 TV에서 들려오던 "신경 쓰지마. 내가 나이듯 너는 너." 라는 가사에 이끌려 보니, 발랄한 복장을 한 다섯 아이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것을 보고 레드 신드롬에 빠져 들게 됩니다. 그런 레드 신드롬의 공연을 축제에서 못 볼뻔 하지만 상태는 미라라는 친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굉장히 사실적인 대화들, 상태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 등이 정말 매력적인 첫번째 단편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순간, 상대의 죄책감을 읽는다.

아니, 읽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상대가 죄책감을 느낀 순간이 머리에 흘러들어 온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중에서

 

 

 

 

 인상 깊은 첫번째 이야기를 읽다보니 단편이라는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나오는 찢어진 드레스도 상당히 흥미진진했습니다.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한편씩 읽을 때마다 너무나 디테일한 묘사에 감탄을 하면서 한번에 쭉 읽었습니다. 1편 축하 공연을 사수하라!, 2편 찢어진 드레스, 3편 아무도 모르게, 4편 탐정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 5편 역보물찾기로 책은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는 조금 내용을 어려워하면서도 너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없다면서 계속해서 읽어가는 모습이였습니다.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 결말이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없는 이야기 였습니다. 제가 먼저 읽고 아이가 읽은 후 다섯편의 이야기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용어들이 제법 어렵기도 하고, 아이에게는 좀 낯선 배경들도 나와서 같이 설명해주면서 다시 한번 감상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탐정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통 추리소설을 볼 때는 범인이 누구일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 항상 추측하면서 보고 내 예측이 맞는지 정말 궁금해하면서 읽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결말 보다는 한 문장 한 문장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단지 결말을 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책 속에 나오는 상황에 쏙 빠져들면서 읽었습니다.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매번 들었습니다. 아이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만화로 접하던 사건이나 그 동안 책으로 봤던 사건들과는 뭔가 좀 더 다른 고차원의 사건들 같다면서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이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역보물찾기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축제에서 보물찾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아이는 푹 빠져서 그 이야기를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종이에 쓰인 암호문같은 글자가 너무 어렵다면서도 좋아했습니다. 한개도 못 풀었다면서 아쉽다고 했지만, 어른인 저조차도 답을 알기 전에는 전혀 예상도 못한 대답이였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이 다 매력적이고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모두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이라서 정말 매력적인 책이였습니다.

 

 

 

 

 

 

 

셋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새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경찰차다!"

창가에 붙은 친구의 외침에 나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설마?

-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중에서

 

 

이 책을 읽고 귀문고등학교 다른 편 이야기도 찾아 보았습니다. 같은 작가들이 쓴 책이라서 아이는 그 책도 읽고 싶다고 했습니다. 각각의 작가들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굉장히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촘촘한 사건 구성이 너무나 마음에 쏙 든 책입니다. 오히려 제가 더 찾아서 먼저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청소년 소설인 것을 잊게 하는 책이였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어떤지,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가 어떤건지도 같이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고 특히나 긴장감 넘치는 사건 구성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고학년부터는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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