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기린
평화바람 지음, 이수연 그림 / 쉼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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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인은 외톨이었어요.

황갈색 그물 모양 무늬를 가진 다른 기린과 달리 흰 털을 갖고 태어났거든요.

그건 레인의 잘못이 아니었지요.

- 하얀 기린 중에서

 

 

 

 

 

 

 왠지 서글퍼보이고 아련해보이는 듯한 하얀 기린 한마리가 그려진 표지가 눈길을 끕니다. 따뜻한 색감의 배경 속에 홀로 있는 기린이 왠지 모를 쓸쓸함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린의 색깔과는 다른 하얀색을 갖고 태어난 레인이 주인공인 책입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다른 기린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고 외면 당하는 레인은 항상 외톨이로 지냅니다. 다른 기린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털이 하얗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불쌍하다는 말을 듣고 매일 매일을 혼자 견뎌내야 하는 레인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파스텔톤은 삽화가 너무나 찰떡궁합으로 이야기에 어울려서 정말 그림만 보는 것으로 왠지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무엇을 먹을 때도, 어디를 다닐 때도 혼자인 레인은 외로우면 아카시아나무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무엇을 봤고, 어떤 감정들이 들었는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나무를 친구 삼아 대화합니다. 배척당하고 따돌림 당하는 레인이지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본인의 나무 친구를 찾고 또 새로운 풍경에 가슴 벅차하기도 하면서 정말 씩씩하게 지냅니다. 비록 밤이 깊어져서 어둠이 무서워지고 어딘가에서 사자가 튀어나올 것같아서 잠 못 이루기도 하지만, 혼자여도 굳건하게 버티고 살아갑니다.

 

 

 

 

 

레인은 남을 사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어요.

그리고 사랑을 주면서 받는 법도 깨달았지요.

이젠 자신이 귀하고, 멋지고, 특별한 기린이라는 게 조금씩 믿어졌어요.

- 하얀 기린 중에서

 

 

 

 주변 기린들이 병에 걸린게 아니냐고 놀리는 말을 들은 레인은 속상해하다가 침팬지 아줌마를 만납니다. 침팬지 아줌마는 하얀 빛깔을 가진 멋진 기린이라고 칭찬하면서 사람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너무 멋지기 때문에 이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잡힐 수 있다면서 경고를 해줍니다. 또한 코끼리 아저씨도 레인이 아주 귀한 기린이라서 탐욕이 많은 사람들에게 잡힐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뿔이 잘린 코뿔소도 레인이 아주 특별한 기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잡아 갈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재차 당부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준 고통이 자기에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착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동물들의 대화를 보면서 정말 사람의 존재가 동물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비춰지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읽으면서 사람들이 이 동물들의 천적이냐고 하면서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을 싫어하는게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길게 사람의 포악한 점이나 사악한 점 등을 설명하는 글이 아닌데도, 왠지 덤덤한 듯 사람들의 이기심을 설명하는 이 동물들의 대화가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레인이 침팬지 아줌마, 코끼리 아저씨, 코뿔소 할머니의 고통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픈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저와 아이의 마음도 왠지 쓰라린 듯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멋진 기린으로 자란 레인은 어느날 자신과 똑같은 하얀 기린 '윈디'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레인은 당연히 윈디엥게 푹 빠지게 됩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왔던 레인이지만 윈디를 만나 사랑을 주고 , 사랑을 받는 법을 배우고 깨달아가면서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을 하면서 자신이 특별해서 더 멋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윈디를 만나 둘이서 마주보는 삽화가 있는데, 왠지 아련하고 쓸쓸해 보였던 레인이 좀 더 성숙하고 늠름한 멋진 어른 기린이 된 듯해서 그 삽화를 보면서 왠지 모를 감동마저 느껴졌습니다. 정말 삽화가 너무나 멋진 책이라서 다시 한번 글 내용에 감정 이입이 되는 것같았습니다. 아카시아나무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했던 레인은 이제 무엇을 먹을 때도, 어디를 다닐 때도 윈디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 속에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만큼, 두려움이 작아졌다는 표현이 너무 좋아서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엄마가 되는 과정속에 레인과 비슷한 감정들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에 글 내용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내리면 함께 맞고, 함께 피했어요.

비가 그치고 나면 어느 때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지요.

그리고 어떤 날은 행운처럼 뜻밖의 선물을 맞이하기도 했어요.

- 하얀 기린 중에서

꿈같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레인과 윈디에게 '샤인'이라는 아기 기린이 태어납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을 느끼는 레인이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혼자 쓸쓸히 이야기 나누었던 아카시아 나무에도 샤인을 데리고 가고, 세상 모든 것들을 천천히 샤인에게 가르쳐줍니다. 소중한 가족으로 인해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면서 혼자였을 때 느꼈던 모든 외로움과 두려움들을 이제는 더는 느끼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이 오래 가지 않고 결국은 불행한 일이 생기고 결국은 다시 외톨이가 되버립니다. 결말이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왠지 계속 여운이 남아서, 다 읽은 후 바로 다시 한번 반복해서 읽었을 정도로 정말 감동적이였습니다. 모든 행복을 빼앗긴 레인이 오래도록 머리 속에 남아있을 것같습니다. 정말 부모님과 같이 읽으면 좋을 이책 모든 유아들에게 추천합니다. 글씨를 모르고 그림만 봐도 멋진 책이고,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깊은 대화도 가능할 것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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