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접어 너에게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노나카 히라기 지음, 기우치 다쓰로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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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때, 바람을 타고 휭 날아온 뭔가가 키리리의 머리를 가볍게 톡!

때렸어요.

"아야! 이게 뭐지?"

하늘을 접어 너에게 중에서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 너무나 시적이고 감성적인 제목이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를 알기 전인데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같은 감성충만한 책일 것같아서 굉장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봐서인지, 표지에 나와있는 다람쥐마저도 뭔가 아련한 감정을 갖고 편지를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줄무늬다람쥐 키리리가 주인공입니다. 우리의 키리리는 굉장히 현실에 충실하고 나름대로 만족을 느끼면서 사는 다람쥐였습니다.


 어느날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같은 느낌이 드는 날, 예상치 못하게 바람을 타고 날아온 파란 하늘빛 종이비행기에 머리를 맞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편지 안에는 '안녕. 저녁 무렵 그곳에 도착할 거야.'라는 간단한 메세지가 적혀 있었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종이비행기를 다시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내면서 키리리의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쿵쿵거리는 게 통 가라앉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심장이 떨릴만큼 설레고, 막연한 기대감에 하루종일 마음이 쿵쾅쿵쾅 거렸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작은 종이비행기가 이런 설렘을 키리리에게도 안겨 주다니, 그 감정을 같이 느껴 보면서 괜시리 옛날 일들도 많이 떠올랐습니다.^^





키리리는 이렇게 생긴 다람쥐를 처음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 다람쥐가 나를 만나러 오기를

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 하늘을 접어 너에게 중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종이비행기의 주인 미쿠와 만나면서 키리리는 그동안 본인이 누군가가 나를 만나러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몸집은 키리리보다 훨씬 크고 털 빛깔도 전혀 다르고, 머리와 등과 꼬리는 진한 갈색이며 팔다리는 주황색이며 군데군데 털이 새하얀 미쿠를 보고 낯선 감정 보다는 마치 오래전부터 단짝 친구였던 것처럼 친숙한 감정을 느낍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둘은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마치 원래 같이 지냈던 것처럼 밤에는 춤도 추면서 둘만의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키리리의 용기, 새로운 것들을 키리리에게 소개해주면서 맛있는 민들레차도 끓여주는 미쿠의 상냥함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두 다람쥐의 모습이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상상이 되었습니다.


 미쿠는 배낭에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그것을 본 키리리는 요술 가방 같다고 하면서 놀랍니다. 전부 여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며 미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바로 그곳에서 얻는 것이 최고로 좋다는 미쿠는 여행의 즐거움도 키리리에게 알려 줍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또 처음 보는 것에 놀라고, 감탄하기도 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하면서 매일 새로 배우고, 또 그걸 잊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미쿠의 말이 앞으로 다가올 두 친구의 이별을 암시하는 듯해서 조금은 먹먹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에게 푹 빠져있는 키리리가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미쿠의 말에 어쩐지 슬퍼졌다는 키리리의 말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라고 인사를 하든 그 줄무늬다람쥐는 뛸듯이 기뻐하면서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을 게 분명해요.

미쿠는 다정한 그 친구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어요.

방정맞게 흔들리는 꼬리를 도통 멈출 수가 없었지요.

- 하늘을 접어 너에게 중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두 다람쥐의 모습이 너무 애잔하기도 하고, 긴 시간을 보낸건 아니지만 진한 우정을 쌓은 두 다람쥐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과의 교류도 많이 끊기고 특히나 우리 아이들이 2년 가까이 제대로 친구들과 같이 뛰어놀고 마주보고 웃고 하는 시간들이 적어지는 요즘 너무나 두 친구의 우정이 부러웠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것같습니다. 요즘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친구를 사귈때 서로의 이해관계를 자연스레 따지게 되고, 그 사람의 됨됨이 자체를 파악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따라 깊게 사람을 사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두 다람쥐의 단단한 우정이 무엇보다도 귀한 요즘 정말 책에서나마 따듯한 우정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글밥이 많지 않고,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은 책이라 초등학생 저학년도 무난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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