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귓속에 젤리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수용 지음, 최보윤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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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아는 말끝을 흐린 뒤 얼른 신발을 꿰어 신고 나왔어요.

엄마는 모를 거예요,

하나뿐인 딸이 엄마 때문에 집을 나간다는 걸요.

- 엄마 귓속에 젤리 중에서




 책장을 펴자마자 앙증맞고 귀여운 주인공이 가방에 본인의 짐을 하나하나 심각한 표정으로 넣는 삽화가 나옵니다. 하나의 그림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듯해서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상상이 됩니다. 엄마 귓속에 어떤 젤리가 들어갔을까?, 젤리는 왜 넣었을까?, 젤리를 빼면 어떻게 될까? 이런 궁금증들을 안고서 책을 읽었습니다. 주인공 수아의 마음속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너무 공감도 되고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지금 시점에 우리 아이도 이럴 때가 있겠구나 하면서 내심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말을 성의있게 안들어줘서 가출까지 하고 싶은 주인공의 심정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어서 왠지 우리 아이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엄마는 왜 내 말을 끝까지 안들어줘?", "일단 내 말 먼저 들어줘"라고 했던 아이의 외침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어떤 말을 하든지간에 어느 상황이든, 어디서든 내 말을 우선적으로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경청', '공감'이란 두 단어가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어쩌면 가장 우선수위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것같습니다. 간단한 두 단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왜이리 힘든건지 새삼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일단 알았고 엄마 말부터 들어봐"라고 하면서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을 때도 있었고, 속으로 '어차피 뻔하고 아는 내용이니까 내가 먼저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이 조리있지 않더라도, 덜 중요하더라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경청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아직 미숙하고 앞으로 많이 배우면서 자라게 될 아이의 말조차 내가 먼저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경청'과 '공감'을 다시한번 생각하게하는 책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귓속에 든 젤리가 네 말을 삼켜 버리는 거야.

엄마가 네 말을 듣다가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젤리가 그걸 삼켜 버리는 거지.

젤리만 빼내면 모든 게 해결돼."

-엄마 귓속에 젤리중에서

  스마트폰이 너무나 갖고 싶은 수아는 엄마에게 조르지만 엄마가 전혀 승낙을 해주지 않자, 너무나 속상하고 항상 내 말을 끝까지 집중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너무나 속이 상해서 가출을 하게 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가 엄마 귓속에 젤리가 있어서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거라고 하면서 젤리 제거법까지 가르쳐줍니다. 너무나 기발한 내용때문에 깔깔 거리고 웃었습니다. 아이의 떼쓰는 목소리, 속상한 목소리, 화난 목소리 등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상상이 되서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느 가정이든 한번씩은 있었을 법한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귓속에 젤리로 막혀 있었다니 너무나 기발한 생각인 것같아서 저도 읽으면서 재미있어 했는데, 아이도 실제로 있는 일이냐면서 물어봤습니다. 책 중에서 귓속에서 젤리 빼는 방법에 관한 설명법을 보고 아이가 실제 해봐도 되느냐고 물어보는데 조금은 난감했습니다.^^ 먼저 새끼 손가락을 쫙 펴서 밥풀 하나를 짓이겨서 묻히고, 찐득해진 손가락을 귓 속에 넣어서 귓속 젤리가 따라 올라오면 쏙 빼면 된다는 아이디어 너무 참신했습니다.


 아이가 알려준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엄마의 귓속에 있던 분홍색 젤리를 제거한 후에 정말 신기하게 엄마는 수아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끝까지 들어줍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관심으로 수아를 곤란해하게 하고, 학교에서 민망한 상황들로 수아를 속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너무 잘 들어줘도 고민이고, 젤리로 귀가 막혀서 안 들어줘도 고민이었던 수아는 젤리를 반만 잘라서 엄마 귀에 다시 넣는 걸로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잔소리가 싫었던 수아는 자신의 귀에도 젤리를 넣고, 그것을 못 빼서 결국은 엄마와 병원에 가기도 합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엄마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왜 속상했고, 왜 그렇게 하게 됐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하면서 모든 일들이 해결되게 됩니다. 정말 너무나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한번에 쭉 읽었습니다. 아이도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인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정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자기도 어떤 경우에 속상했었는지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둘 다 젤리 같은 거 넣지 말고 서로 잘 들어 주면 좋겠어.

근데 엄마, 내말을 전부 심각하게 듣지 말아 줘.

별일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믿어 주면 좋겠어."

-엄마 귓속에 젤리 중에서


너무나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엄마와 자녀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엿볼 수 있는 책이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점점 힘든 점이 아이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점점 아는게 힘들어 지는 것같습니다. 조금 더 복잡해지고 미묘해지는 서로의 관계가 답답해질 때도 있고, 아이의 마음을 책처럼 펼쳐서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 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무관심, 과한 관심 모두가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정말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무조건 내가 어른이니까 내 말만 따르라고 하기 보다는 일단 어떤 말이든 먼저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과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을 평가하거나 섣불리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것 꼭 명심하면서 앞으로 실제 생활에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큰 글씨에 글밥이 많이 없는 책이라서 글 잘 읽는 유아부터 초등학년 저학년 학생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같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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