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생각 의사를 위한 생각 속 응급 구조법 상상 고래 15
권태윤 지음, 김미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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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2가 5번지 작은 아파트3층에 사는 아로 씨의 직업은 꽤 특이했다.

그의 직업은 생각을 지워 주는 생각 의사였다.

길 잃은 생각 의사를 위한 생각 속 응급 구조법 중에서



 생각을 지워 주는 생각의사인 주인공 아로는 돈을 잘 벌 수 있어서 할뿐인 자신의 직업이 즐겁지 않은 사람입니다. '생각을 지워준다니' 누구나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들, 기억들, 추억들이 있는 현 시대에 진짜 이런 직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책 속에서 아로씨의 병원을 찾는 사람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바쁜 시대에 사람들이 생각할 게 너무 많다 보니 쓸모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서 마치 치과 검진하는 것처럼 생각을 제거하러 오는 것입니다. 아로씨가 잔뜩 쌓인 쓸모없는 생각들을 말끔히 지워 주면 사람들은 깨끗이 정리된 머리를 갖고 다시 일하러 갈 수 있으니, 아로씨는 자신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7살 어린이 룽룽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로씨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학교 입학 전에 룽룽의 쓸모 없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엄마에게 왜 여태까지 한번도 정리하지 않았는지 물으면서 현재 룽룽은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을 내립니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룽룽의 생각이 쓸모없다는데 동의한 생각의사 아로씨는 싫다는 룽룽에게 쓸모없는 생각들을 지워 버려야 나중에 올바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강제로 의자에 앉혀서 머리에 이상한 기계를 뒤집어 씌웁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또다른 의자에서 룽룽의 기계와 연결된 기계를 머리에 쓰면서 생각 제거에 들어갑니다.





"이게 생각 속이라고요?

생각이 제거되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

쓸모없는 생각, 고민, 걱정들은 모조리 사라져 버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생각들만 남는 거야. 어떠니?"

- 길 잃은 생각 의사를 위한 생각 속 응급 구조법 중에서


 룽룽의 쓸모없는 생각인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제거하는 도중에 갑자기 룽룽이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는 듯한 기분에 싫다고 고함을 지르자 생각을 제거하려고 왔던 두 난쟁이가 내동댕이 쳐지고, 그 과정에 마법 자루를 놓치면서 룽룽이 그 자루들을 가지고 다른 곳으로 몸을 던지면서 룽룽과 아로씨는 다른 곳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책 소재가 굉장히 새롭고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라서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빨리빨리 책장을 넘기면서 읽게 되는 책인 것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면서 다음엔 룽룽이 어떻게 할까?, 과연 어떻게 이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룽룽과 아로씨의 모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제거된 생각 속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룽룽과 아로씨는 24601호씨를 만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도 없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는 고장난 기계처럼 일하던 24601호의 어깨에 룽룽의 손이 닿자 룽룽의 손에서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뿜어 나와 24601호의 몸으로 들어가자,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혼란스러워하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어리둥절합니다. 그때 다른 생각들이 나타나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24601호를 덮어 버립니다. 그때 도와주려고 룽룽이 손을 내밀어 끌어당기자 하얀 연기가 룽룽에게서 뿜어져 나오면서 24601호를 깔아뭉개고 있는 생각들에 옮겨 가면서 그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그러자 지금껏 흐리멍텅했던 생각들의 눈빛에 생기가 돕니다.


 작은 룽룽으로 인해서 모든게 뒤바뀌고 변하는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마치 어떤 미지의 세상을 같이 탐험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한번에 쭉쭉 읽히는 책이어서 아이도 앉은 자리에서 웃으면서 완독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제목이 낯설어서 무슨 이야기일까 상당히 궁금해 했던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굉장히 새로운 내용이었다면서 너무 창의적인 내용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이란 주제를 이렇게 까지 확장해서 책으로 쓸 수 있다는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쓸모없는 비효율적이고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는 비밀을 가진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처럼 진료 차트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룽룽은 단박에 아로 씨의 피아니스트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길 잃은 생각 의사를 위한 생각 속 응급 구조법 중에서


 룽룽의 모험이 끝나고 모든 치료가 다 끝났다는 아로씨의 말에 둘은 같은 비밀을 공유한 사람처럼 서로를 향해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습니다. 발레리나처럼 사뿐사뿐하게 걷는 엄마의 발걸음, 공룡 인형을 갖고 노는 아이들, 주식, 정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소설,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웃음꽃이 핀 어른들을 보고 룽룽은 버려졌던, 그리고 감옥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한가지 생각만이 옳다고 반드시 사회가 필요로하는 효율적인 생각들만이 필요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생각들은 존중 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 또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글 속의 내용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생각들, 정보들만을 받아들이고 옳다고 믿는 아주 '좁은'생각들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하는 무한한 생각들을 쓸모 여부를 떠나서 당연히 소중하고 존중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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