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 영양사, 포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홍종의 지음, 허구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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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 역시 지난번 경주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열한 마리 말들과 겨루어 3등을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앞에서 뛰던 질풍이가 뒷발로 모래를 뿌려 대지만 않았어도 1등을 했을 거였다.

- 소똥구리 영양사, 포 중에서





 포나인즈 줄여서 '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경주마 포는 굉장히 말귀도 잘 알아듣고, 똑똑하고 똥도 밖에서 자기 자리에만 싸는 아주 영리한 경주마입니다. 주인공 포의 이야기인 이 책은 정말 심리묘사가 탁월한 책인 것같습니다. 어떤 메세지를 강요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포의 이야기, 마음속 생각 등을 섬세하고 자세하게 마치 실제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쓰여 있어서 술술 읽혀지는 책입니다. 글씨도 크고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들도 재미있어서 충분히 글 잘 읽는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포 옆방에 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조건 먹기만 하고 화 폭탄, 똥 폭탄을 터뜨리는 럭키도 재미있고, 항상 포를 이해해주고 사료를 싫어하고 마른 풀을 좋아하는 포를 위해 늘 풀도 챙겨주는 아저씨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배려심 있고 영리하고 실력도 좋은 포가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한 어느 날 아저씨를 태우고 훈련을 하다가 아저씨와 마음이 맞지 않아서 그만 다리를 심하게 다치게 됩니다. 포 처럼 다리가 부러져 하늘날개식을 치른 산들이를 생각하면서 다른 경주마들은 포나인즈도 하늘날개식을 하는게 아닌지 소곤거립니다. 하늘날개식이란 치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친 경주마에게 끔찍한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켜 하늘나라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가도록 날개를 달아 준다는 의미입니다. 아픔을 가라앉히는 아주 센 주사를 맞은 포는 미처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자신 때문에 포가 다쳤다는 생각에 아저씨는 무릎 걸음으로 포의 앞다리 노릇을 하면서 경주 훈련장에서 마방까지 포를 데리고 걸어오느라 무릎이 홀랑 까질 정도로 다칩니다. 포를 향한 아저씨의 깊은 애정이 느껴져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지쳐 힘이 없는 듯 앉은 자세로 몸을 동그랗게 말며 웅크린 것을 보고 럭키 아저씨는 아저씨를 소똥구리, 아니 소똥구리가 뭉친 소똥 덩어리 같다며 놀립니다. 아저씨를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웃긴 소리를 했던 럭키 아저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는 하늘날개식 안 할거라고 절대로 그렇게는 안 보낼 거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폭탄, 내 다리 상태는 내가 알아.

수술을 해도 난 달릴 수 없을 거야."

포가 미리 겁을 집어 먹고 울먹였다.

- 소똥구리 영양사, 포 중에서


 포의 다친 앞다리를 수술하는 날 경주장 사람들이 포도 하늘날개식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경주장을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고집을 부립니다. 수술을 해도 다시는 달릴 수 없다고 말하는 포를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달리지 못하는 말을 말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모든 의욕을 잃고 자신감도 잃어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정하면서 죽을 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포가 정말 불쌍했습니다. 다시는 경주장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병원에 가기전 포의 눈길과 발길과 마음이 전부 담겨 있는 곳을 한번 둘러보는 장면에서 그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중에 럭키 아저씨의 전화를 받고 아저씨는 포의 엉덩이를 흘끔거리면서 포가 굉장히 깔끔하고 아주 딱이라는 말을 하면서 아저씨는 다행이라는 말투로 수술만 잘 받으면 된다고 포를 위로합니다. 7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을 받는 도중에 포는 산들이가 큰 날개를 달고 무수히 많은 별 무리 속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별이 어찌나 많은지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고, 그곳을 '별강'이라고 불러도 될 것같다는 생각에 포도 그 별강에 살그머니 다친 다리는 담가봅니다. 긴 수술끝에 수의사는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불편함 없이 걷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것은 절대로 안된다고 하는 말을 포가 듣게 됩니다. 달리지 못하는 경주마는 말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포의 눈에 출렁거릴 정도로 눈물이 차 오릅니다. 아저씨가 나갈때까지 수술에서 못 깬 척하던 포는 옆에 있는 간단한 치료만 끝나면 경주장으로 돌아가 실컷 달릴 수 있는 새내기 경주마를 부러워합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병원에서 돌아온 포는 그때부터 편하게 방에서 먹고 자면서 똥과 오줌만 싸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바로바로 금방 치워주고, 포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본 럭키는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줍니다. 럭키는 아저씨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포의 똥이 꼭 필요한 곳이 있는데, 소똥구리를 살리기 위해 꼭 깨끗한 소똥, 말똥이 필요한데 지금 그걸 포가 하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러면서 포는 소똥구리들을 살리는 '소똥구리 영양사'가 되는 거라고 아무나 될 수 없고 포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용기를 줍니다. 포는 경주장을 떠나 박사 아줌마를 따라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됩니다. 박사 아줌마는 그동안 포나인즈의 똥을 몇 차례 검사해 봤는데 굉장히 깨끗하고 신선한 똥이라고 하면서, 그 똥을 먹고 소똥구리들이 무럭무럭 클거라고 말하면서 포와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고 합니다.



럭키의 말로는 옛날에는 소똥구리들이 무척 많았다고 했다.

소똥구리들은 소똥, 말똥을 먹고살고 거기에다 알을 낳는다고 했다.

그런데 소똥, 말똥이 더러워져 소똥구리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럭키는 포에게 건강한 똥을 누어 소똥구리들이 별처럼 많아지게 하라고 했다.

- 소똥구리 영양사, 포 중에서


 최고의 경주마를 꿈꿨던 포가 뜻하지 않게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똥구리 영양사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빨리 달리는 것만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포는 처음에는 똥만 누고 살아가야 현실에 좌절했지만, 자신의 똥이 소똥구리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점차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멸종 위기종인 소똥구리의 복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표지의 말처럼 정말 감동적인 생명 존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생생한 포의 생각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좋았고, 위기에 처한 경주마의 인생이 다시 한번 새롭게 소똥구리에게 도움을 주면서 다시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가는 점이 잔잔한 감동을 주어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글밥이 많지 않아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인 것같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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