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24
임지형 지음, 홍연시 그림 / 리틀씨앤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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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주 연습을 시키던 선생님의 말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 말대로라면 꽃을 피우는 일이니 내 심장이 조일 만도 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내 마음속 악!몽!

-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중에서




 누구나 학창 시절에 계주나 달리기에 관한 추억은 한가지씩 있을 것같습니다. 운동회든 체력장이든 언제나 달리기는 중요한 운동 종목이었고, 체육을 잘하는 아이 특히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는 인기를 끄는데 아주 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나 혼자 뛰는 오래달리기나 100m가 달리기가 아니고 달리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계주'는 정말 협동이 필요한 달리기이고 또한 경쟁심도 한껏 올려주는 종목인 것같습니다. 책 시작부분부터 눈을 뗄 수 없는 계주는 마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듯해서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우등생 철민이는 계주에 나섰다가 정말 싫어하는 유수민에게 역전패를 당합니다. 아이들의 비웃음을 듣고, 또한 다 이겼던 계주1등을 놓쳐서 반의 역적이 되어버린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떠들면서 놀다가도 철민이가 나타나면 홍해가 갈라지듯 두 갈래로 나눠어 지나가게 길을 터줬는데, 그때 철민이는 죽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듭니다. 특히 달리기는 악몽이 됐고, 자기를 이겼던 유수민은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아주 실감나기도 하고, 현실감이 있어서 공감이 되어서 책에 더 푹 빠지게 되는 것같습니다. 달리기만은 죽도록 싫은 주인공이지만 친구들이 학원 가기 싫은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우등생인 철민이는 수학 학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남몰래 좋아하는 단비가 수학학원에 들어오면서 철민이는 더욱더 학원 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내 눈은 자연스레 봉긋하니 나와 있는 내 배에 꽂혔다.

우유를 먹은 것도 아닌데 속이 부글부글했다.

덩달아 눈은 이글이글, 주먹은 부르르 떨렸다.

마치 연이은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단비 마음을 어떻게 바꾸지?

-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중에서


 좋아하는 여자아이 단비가 공부만 잘하고 계주에서 져서 반을 지게 했던 철민이를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 철민이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 공교롭게 단원평가 시간에 철민이의 원수 수민이가 앞 자리 아이의 시험지를 커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수민이의 약점을 알게 됐다는 생각에 철민이는 수민이게 자신에게 운동을 가르쳐 달라고 강요하고, 고민하던 수민이는 공부를 가르쳐 달라는 조건을 붙이면서 둘은 같이 공부도 하게 되고 운동도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둘은 비밀동맹이 되어 함께 하게 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갈등도 생기기도 하지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열두 살 아이들의 우정이 커가는 과정이 너무 흐뭇하기도 하고, 서로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노력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해결해 가는 모습이 정말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친구가 생기기를 바래 봅니다. 혼자 보다는 같이 즐기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나게 하는지 직접 아이가 겪어 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서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더욱 더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되고, 서로 격려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물론 힘든 일들도 생기게 됩니다. 운동하다 지쳐 학원에서 졸기도 하고, 뛰는게 힘들어서 뛰다 말고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같기도 했지만 본인이 도와달라고 했던 일이니까 꾹 참고 뛰었다는 철민이가 정말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참 신기한 건 그렇게 꾹 참고 다 뒤고 나면 또 괜찮았다. 힘들어서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뛰고 나면 괜찮으니 뛰고 또 뛰었다.'는 철민이의 말이 감동스럽기도 했습니다. 뭔가 본인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죽을만큼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점점 끈기있게 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우리 아이에게도 본받게 하고 싶은 점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엄마가 내가 뛸때 같이 뛰면서 나를 도와줬잖아?

그게 페이스메이커야.

페이스메이커가 있으면 뛰는데 훨씬 도움이 되긴 해."

-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중에서

 열심히 달리기 연습하던 철민이는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로 합니다. 마음이 갈팡질팡, 오락가락 했지만 수민이가 하는 걸 보고 자기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불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전혀 해낼 수 없을 것같은 달리기 연습을 뛰어 넘어 마라톤 대회까지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항상 현실에 만족하고, 힘든 것은 어떻게든 슬슬 피해가고 싶은 약한 마음이 들때 책을 읽고 철민이의 모습에서 자극받으면 굉장히 좋을 것같습니다. 수민이가 철민이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둘은 손과 손이 부딪히면서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는 표현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 주인공이 이제는 오히려 수민이의 공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서 환상의 짝꿍이 된다는 결론도 너무 좋았습니다.


 경쟁이 일상화되고 남들보다는 조금 더 뛰어나길, 협동보다는 경쟁에 이기는 것만이 중요시 되는 요즘이라서 이 책의 감동이 더한 것같습니다. 혼자 해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같이 해나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책이라서 정말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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