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에 부엉이 튼튼한 나무 45
다테나이 아키코 지음, 나카반 그림, 정미애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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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좌우를 모른다니, 왼쪽이 어디고 오른쪽이 어딘지 모른다는거야?"

"장난이지? 넌 지금 6학년인데."

"장난 아니라니까. 진짜 진짜 몰라."

너무 창피해서 눈을 내리떴다.

- 오른손에 부엉이 중에서




 책 표지를 보고 부엉이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인가 단순하게 추측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인데, 6학년 친구들의 우정과 그 속에 담긴 가볍지 않은 우리 가족의 모습들이 잘 담겨져 있어서 정말 오랫동안 잔잔한 감동을 준 책입니다. 주인공인 오키도 다케루에게는 3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단짝 친구들 히가시지마 고와, 다무라 소시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좌우 구분을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6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도무지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예기치 않게 붓글씨 시간에 오른쪽 뺘멩 먹물 묻었다는 것을 친구가 가르쳐 줘서 대충 닦았는데 틀린 쪽을 닦으면서 비밀이 탄로나게 됩니다. 친구들은 어떻게 좌우 구분을 못하냐면서 놀라워 하는데, 한편으로는 이해해주면서 자신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헷갈린다고 말합니다. 그때 같은 반 여학생 기타자와 미노리가 나타나서 손바닥에 검정 유성 펜으로 좌우라고 써줍니다. 이사온 미노리는 굉장히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아이였고, 평소에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아이입니다.


 도서실에서 다케루는 다시 한번 미노리를 만나게 되고, 그림 그리는 미노리를 보고 연필 쥐는게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잠든 다케루를 미노리가 그리면서 둘은 대화를 하게 됩니다. 전에 미노리가 써준 좌우를 다시 써달라고 요구하자, 미노리는 양손에 글씨를 다 쓸 필요는 없다면서 다케루의 오른손에 부엉이를 그려줍니다. 오른손에 부엉이. 이것이 부엉이와의 첫 만남입니다.




" 부엉부엉 부엉이, 부엉부엉 부엉이."

이제는 무슨 주문 같은 말까지 읊조리기 시작했다.

왠지 딱해 보여서 나도 같이 중얼거렸다.

"부엉부엉 부엉이, 부엉부엉 부엉이."

- 오른손에 부엉이 중에서


 식당을 하는 다케루의 집에 '세카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아저씨 가족이 여름 방학 내내 자주 옵니다. 세카이 아저씨 옆 테이블에서 흙과 풀이 묻은 구두를 신은 채 여자아이가 의자에 서있는 걸 보고, 아저씨는 개념이 없다고 큰 소리로 그 아이 엄마에게 말하고 여자아이는 결국 울고 그 모녀는 식당을 나가게 됩니다. 또 맥주를 주문하고 거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고 포스터에 나온 것과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 아저씨의 아들을 보고 다케루는 내가 만일 저 아이라면 이렇게 큰 소란을 피운 장소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을 것같다고 생각하면서, 그 아이가 딱해 보여서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줍니다. 이 장면에서 비록 6학년이지만 그 마음 씀씀이는 정말 세카이 아저씨 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좌우조차 구분 못할 정도로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고 생각했던 다케루가 그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고, 또 아이가 기분 상하지 않게 매운 카레 때문에 주는 거라고 하는 대화에서 고리타분하고 원칙만 따지고 전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지적만 하는 세카이 아저씨 보다도 훨씬 더 상대를 배려해 주는 모습이 정말 대견했습니다.^^


 다케루 반에서는 점점 부엉이가 엄청난 파워를 주는 해결사로 인식이 됩니다. 급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픈 소시의 배에 오른손에 있는 부엉이를 대자 덜 아파지게 되고, 도저히 안 풀리는 수학 문제가 있었는데, 부엉이를 여러번 말하자 갑자기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술술 문제가 풀리게 됩니다. 현실에도 이런 부엉이 파워가 있다면 우리 아이가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어려운 문제에 부딪칠 때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엉이 파워요!"

물론 그 뒤에 바로 선생님의 오른손에도 부엉이가 생겼다.

" 이거 어쩌면 기대해도 되겠는걸."

선생님은 오른손의 부엉이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오른손에 부엉이 중에서


 미노리의 가족 사정을 알게 된 다케루는 그 이후 미노리와 더 친해지게 됩니다. 항상 무뚝뚝해 보이고 또 어떤 일이든 무관심해 보였던 미노리도 힘든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운동회에서 지네 경주를 하게 되는데 다케루 반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까지도 오른손에 부엉이를 그리고 단합하게 됩니다. 스물여덟 켤레의 운동화, 앞사람의 어깨를 단단히 합고 있는 스물여덟 명의 두 손, 그리고 스물여덟 마리의 부엉이로 다케루 반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결국은 경주에서 1등을 하게됩니다. 지네 경주에서도 우승하게 되고 미노리의 가족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되면서 책은 마무리 됩니다.


 정말 탄탄한 이야기 짜임새로 아이도 단숨에 읽어 버릴만큼 굉장히 흡입력이 있었고, 어느 누구나 힘든 사정이 있고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건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있다는 것을 알려준 굉장히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부엉부엉 파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점에 정말 오른손에 부엉이 파워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솔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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