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투명한 가을 햇빛을 따라 꽃봉오리를 여는 민들레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 귀중하다는 것을, 떨어진 낙엽을 보고 뿌리고 돌아가 흙으로 변하여 다시 거름이 되어 나무를 더 키워주는 자연의 섭리를 곰곰이 되새기는 법을 그리고 가을에 피는 국화를 보며 찬 서리를 맞으면서도 홀로 피어나 ‘오상고절’로 변함없음을.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 내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지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어요. 그런 나에게 아이의 작은 손은 비둘기 서성거리는 마음을 따스한 손길로 다독여주었어요.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습니다. 마주잡은 아이의 손을 힘주어 잡아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