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남편을 처음 만났던 때가 겨울 끝에 막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었다.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진 것은 없어도 마냥 즐거웠던 그 때,남편을 만나는 일이 나에게는 전부가 되어버렸다. 한 시간이고,두 시간이고 마냥 기다리면서고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아주면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시간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었다.
?그렇게 5년 넘게 남편을 만나면서 결혼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었다. 유난히 어머님께 효자 노릇을 하던 남편은 며느리 감으로 나를 반대하시던 어머님께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런 남편을 보며 원망도 많이 했었다. 결국 나 혼자 어머님께 찾아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길 한 번 주시지 않는 어머님께 잘못했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다리가 저려서 휘청거리며 집을 나서면 마당에는 하얀 목련꽃이 피어 있었다. 그 때도 봄이었다. 눈이 부시게 하얀 목련꽃을 보며 울기도 참 많이 울었었는데.......
꿈에 그리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예식장에 들어설 때도 예식장 화단에는 개나리, 진달래 같은 꽃이 활짝 피어 있던 4월 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목련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고.......
?그 후로,지금까지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세상살이를 하다 보니 사랑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남편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모든 것을 내놓고 나서야 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사랑만 바라보고 결혼한다는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까지도 갖게 되었다. 남편이 저질러 놓은 일들을 모두 떠안고 생활을 책임져야하는 나로서는 남편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와 보니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겨 버렸다.
?˝미안해, 고생만 시켜서. 결혼하면 정말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었는데.......아무튼 고마워. 언제나 옆에 있어 주어서. 이제는 나도 직장 생활을 하니까 많이 수월해질 거야. 고마워.˝
?힘들 때 팔았던 결혼반지를 빼고 난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주는 남편을 보며 그제서야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루하루 돌아오는 날이 숨 가쁘고,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 오는 새벽을 맞이해야 했던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곁에서 지켜주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서야 사랑을 조금 알 것 같다. 너무 철이 늦게 든 게 아닌가.......
?세월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새치가 하나, 둘 늘어가는 남편을 보면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많기를 바라는걸 보면 나도 정말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쯤 남편은 혼자서 술 한 잔 하고 있을 것이다. 직장 때문에 주말이나 되어서야 남편 얼굴을 보는 생활도 벌써 5년째가 되어가나 보다. 처음에는 한창 힘들고 어려웠을 시기였기 때문에 홀가분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문득문득 남편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남편에 대한 사랑이었나 보다.
젨남은 세월동안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든든한 곁이 되어주길 바라며.......
(올해들어 부쩍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정관장 홍삼정 플러스 100g을 선물해주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