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의 사전적 의미로는 먼저 (破果) 흠집이 난 과실을 뜻하고 다음으로는 (破瓜) 1.같은 말로 파과지년인 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말. 2. 같은 말로 파과지년 남자의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 3. 성교에 의하여 처녀막이 터짐을 뜻한다. 이 뜻만으로도 파과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뭔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파과의 의미는 상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렇게까지 하면서 얻는 게 무엇인지, 과연 그 얻음이 우리가 바라는 것인지....... 조각,60대로 직업이 킬러라는 주인공의 설정부터 눈길을 끌더니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면서 그녀의 일상생활이 내 생활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 주어진 내 생활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그러면서도 지금의 이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까지. 그러고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를 찾은 주인공이야 말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삶의 상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은 것 같아 반가워진다. `파과`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상실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다시 찾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으라고 조언해주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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