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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평점 :
소방관. 참 많은 연상단어가 떠오른다. 봉사, 화염, 응급, 위험, 119, 재난, 구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과 매일 맞닥뜨리는 직업, 직업으로서의 소방관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직업이라는 죄송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구든 위급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마운 사람들, 소방관.
아들을 키우면서 유독 남자 아이들이 자동차 장난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크고 빨간 색상이 눈에 띄는 ‘불자동차’는 선호하는 장난감의 상위에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심심찮게 장래 희망이 소방관이라고 말하는 어린이들도 만나볼 수 있다. 대게 남들에게 봉사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고마움은 어쩌면 천성적으로 알게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서울특별시 소속 현직 소방공무원이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적은 어쩌면 우리 삶의 기록이다. 뉴스를 통해 검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화염을 보면서 마음아파하고, 귀성길에 올랐다 큰 사고로 일그러진 자동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안에 있던 그 어떤 사람과, 그 어떤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곤 하는데, 그런 일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소방관인 오영환 님은
“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당장 가진 것이 없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최소한의 발판을 지키고 싶어서 (중략) 소중한 희망이 차마 감당키 힘든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라가 가까이에서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책 p.222) 이 되고 싶어 소방관이 되었다고 말한다.
산악구조대에 근무하면서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난 사고의 목격자로서 괴로워했던 시간과 그 극복 과정, 멈춰선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구급차에서 응급조치로 땀 흘리며 응급실로 달려가는 긴박한 과정, 후송된 환자의 이후 상태를 전해 듣고 뜨겁게 눈물 흘리던 시간들, 꺼져 가는 생명을 살려냈던 환희의 순간들이 이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에 녹아들어 있다.
누군가는 20대를 꿈만 꾸며 흘려 보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생업의 최일선에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땀 흘리며 청춘을 보내고 있다. 일찍이 자신의 직업을 소방관으로 정하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답답한 현실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모쪼록 우리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붉은 불과 검은 연기 속으로 주저함 없이 뛰어 들어가고,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들에게 현장 여건에 적합한 복장과 장비, 봉사자와 공무원 이전에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인, 부모인 그 소방관들을 직업적으로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시울도 붉어졌고, 때로는 안타까움의 한숨도 나왔다. 이 추운 겨울, 소방관들의 따뜻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한 권의 책이었다.